독특한 소재와 문체, 진득한 글쓰기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에서 참다운 인간성과 보편적 가치를 탐구하는 작가 현길언, 이선, 김인숙씨가 잇따라소설집을 출간했다.현길언씨의 {배반의 끝}(문학과 지성사)과 이선씨의 {배꽃}(민음사), 김인숙씨의 {칼날과 사랑}(창작과 비평사)등이 눈길이 가는 소설집들로 최근 몇년간글농사의 결실들이다.
90년이후에 발표한 중단편을 모은 {배반의 끝}은 현길언씨의 여섯번째 소설집.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정치적, 사회적, 인간적 조건들에 갈등하고 비틀거리는 인물로 묘사되어있으며 진리지향적 존재들이다.노조투쟁과정에서 해직된 신문기자,재일동포 아버지에게서 허위의식을 발견하고 현기증을 느끼는 작가, 도덕주의의 덫에 걸려 참담한 파경을 맞는 변호사등 다분히 폭력적으로 해석되는 명분주의와 싸우면서 결국 패배하는 인물들을 설정, 가치와 허위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있다. 이같은 실패한 인물들의 삽화로 메워진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소설적 암시는 바로 지나친 현세적 가치관에 대한 지양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허위인줄 알면서도 허위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조건에 대한 반발]로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요약하고있다.
{기억의 장례} {행촌아파트}로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선씨의 {배꽃}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발빠른 인물들이 아닌, 경쟁에서 소외됐거나 경쟁원리인 속도전에서 이탈한 인물들의 그림이다. 세상에 대해 안달하지도 않고 일견 무심해보이는 작중인물들은 삶의 깊이나 인간다움에 대한 동경을 꿈꾸는 인물들로그려져있다.
반면 김인숙씨의 소설집 {칼날과 사랑}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세상에 더욱밀착되고 현실적 조건에 대해 갈등하면서도 포기하지않고 질긴 싸움을 벌이는생활인들이 주류다. 최근 작품성향의 변화를 꾀하고있는 그는 교사, 회사원,주부등 인물들이 폭넓은 인생살이에서 부딪히는 문제들과 이를 대하는 섬세한 심리적 굴곡을 작품속에 담아내는 새로운 출발을 보이고있지만 지나친 개인성에 대한 탐구라는 민족문학계열의 비판도 나오고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작가는 세계관까지는 몰라도 살아오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과 그것을 가슴속에 녹여내는 방식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으며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 화해할 필요가 있다고 작품후기에 밝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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