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의혹수사는 의혹없게

검찰이 각종 비리의혹을 받고있는 거대한 조직, 농협에 사정의 칼을 들이댔다. 대검중앙수사부는 한호선농협중앙회장과 3명의 도지회장등 고위간부들을소환해 인사.납품.류통등과 관련된 농협의 전반적인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농협의 비리는 그 조직이 거대한 만큼 그 규모도 방대할 것이란 의혹을 받아왔으며, 오래전부터 비리와 관련된 각종 진정.투서.고발등이 난무해 적지않은눈총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이번 검찰수사는 한중앙회장의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농협전반의 비리를 캐내는 확대수사가 예상되고있으며 고질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농협의 구조적인 비리를 뿌리뽑아주길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에 4백곳의 금융점포와 1천4백여곳의 단위조합, 그리고 ??여개의 특수조합등 방대한 조직에 5만여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농협은 곳곳에 비리의 우려가 잠재하고 있는 복마전같은 곳이라는 비난을 적지않게 받아왔다.농협이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곱지않은 눈총을 받아온 것은 과거 농민들을 위한 조직으로서의 제구실을 못하고 정권의 시녀로서 오히려 충실한 관변단체역할을 해 왔기때문이다. 이러한 농협을 제자리로 정착시키기위해 회장을 농협대의원들이 직접 뽑는 자치화를 실시했는데, 이번에는 회장선거를 둘러싸고각종 금전거래로 선거가 혼탁해지고 온갖 말썽을 자아내는 부작용들이 불거졌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한회장의 비리내용인 비자금도 따지고보면 선거자금의사전확보라고 볼수있다. 한회장은 오는 23일 실시되는 중앙회장선거에 다시출마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 이 선거를 위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비자금을 끌어모으기엔 인사.납품.유통등과 관련해 상납을 받거나 구전을 뜯는 방법이 손쉬웠고 농협조직안에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뜯어낼 수 있는 곳이 많은 것이다.명실상부한 농민을 위한 단체를 만들기위해 회장임명제를 선거제로 바꾸었지만 타락선거의 말썽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농민을 외면하는 농협의 모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있는 시점에서 농협에 대한 사정은 바람직한 것이다. 되레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수사를 시작한 이상 철저히 썩은 부분을 도려내 참다운 농민단체가 될수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처럼 농협의 비리수사가 더 일찍 착수되지못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2대중앙회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시작함에 따른 각종 오해와 비난을 받을수있는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한회장의 재선을 정부가 탐탁지않게 생각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오해나 비난을 불식시키기위해서도 잡음의 여지가 없는 검찰의 수사를 바란다. 의혹을 파헤치면서 의혹을 남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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