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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춤추는 숲(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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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작을 멈추고 있으려니 조금전의 남녀가 거의 껴안다시피하여 옆을 지나쳤다. 비쳐오는 불빛으로 얼핏 보아 중년을 넘어선 남자와 삼십이 채 안된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불륜의 관계일 성 싶은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첫 키스를 하지 않은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상해요. 그만 돌아가요]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의혜가 말했다. 빨리 키스를해달라는 뜻인가보았다. 하지만 동유는 그럴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녀가 없는 곳에서 불처럼 타오르던 성적공상도 실제로 그녀의 해맑은 얼굴만 보면 이내 사그러들고 말았지 않았던가. 속일수 없는 감정이고 육체적인 반응이었다.그녀에 대한 청순한 자기감정을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첫 키스의 공간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의 약속된 귀가시간에 벌써 한시간을 넘어서고 있었고 호수의 수면을 핥고 몰려오는 밤바람은 차츰 그들의 체온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다른장소를 물색하기에는 아무래도 늦은 시각이었다. 제방을 한바퀴 돌고 다시 이쪽 제방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낭만적인 흥취가 있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조금전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껴안고 있던 곳에서 좀 비켜나 수문(수문)이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한떼의 술에 취한 사내들이 야하게 휘파람을 불며 지나갔다. 그들이 제방 저켠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다시금 튀어나올 것 같아 불안하였다. 동유와의혜는 수문 바로 위에 있는 가로등에서 걸음을 멈췄다. 동유는 의혜의 양볼을 손바닥으로 감싸안았다. 의혜가 눈을 감았다. 오토바이 한대가 굉음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동유는 얼결에 한발짝 떨어졌다. 의혜가 가로등 뒤로몸을 숨겼다. 오토바이가 버저를 울리며 지나갔다. 녀석이 패거리들을 데려와 행패를 부리는 상상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이제는 할수 없었다. 흘린 물건 담듯 재빨리 해야겠다 싶은데, 의혜의 발밑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술취한 사람이 게워놓은 토사물을 그녀가 밟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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