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살아있는 우상으로 군림해온 김일성주석의 역사에서의 퇴장은 우리 민족의 장래와 한반도의 미래에 분명한 전환점이 될것 같다. 그의죽음은 앞으로 후계자 선출과 후계자의 영도력에 따라 다소 변수는 있겠지만그동안 남과 북의 교통을 방해해온 최대의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어 우리 민족의 흐름과 소통은 한결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흔히 통일을 소원처럼 이야기할때 마다 "김일성이 죽어야 통일이 된다"는 말을 아무 근거나 분석없이 말해왔고 그것이 기정 사실인것 처럼 인식돼 왔다. 그것은 김일성이란 독재자가 유일통치를 위해 만들어낸 주체사상이하나로 합일하려는 피의 외침을, 서로 통하고자 하는 가슴속의 부르짖음을꺾어 버리는 물꼬의 방해자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김일성은 우선 역사의 대역죄인이다. 그는 같은 동족을 상대로 6.25전쟁을일으켜 2백만명 이상을 죽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김일성유일체제에 반대해온수십만 인민의 인권을 짓밟았으며 정적들은 무조건 숙청했고 체제를 견디지못하는 탈출자를 생매장하거나 화장해 버리는 죄악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다.그러던 그가 남북관계의 긴장도가 극에 달한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핵개발 동결을 받아들이는등 민족사에 남을 만한 대결단을 내리는듯 했다. 그러나 그는 그나마 마무리짓지 못하고 무대뒤로 퇴장해버린것은 개인적으로 볼땐 민족앞에 사죄할 단한번의 기회조차 잃어버린 셈이다. 그가 만약 좀더 빨리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죽기전에 서둘러 남북간에 맺힌 매듭을 풀었더라면 그가 비록 우리의 원수이고 역사의 죄인이라 할지라도 죽음앞에서 순수해지려는 한 인간의 면모는 읽을수 있었을 텐데. 그의죽음을 보고 꺼지기전 마지막 순간의 촛불이 키를 크게 한번 키우고 사위어지는것 같아 아쉽다고 하지않을수 없다.
이제 북한당국도 애도방송을 끝내고 후계자 선출과 다음 주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맹세들을 연일 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김일성시대는 아픔속에서 종언을 고하고 우선은 김정일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 김정일 또한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지난 73년 김일성주석의 후계자로 선정된 이래 20년동안통치자의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고 한다. 물론 김일성만큼 통치자로서의 카리스마와 노회한 지도자로서의 경륜은 없다. 또 군복무를 하지 않은 군최고사령관이어서 특히 군부로부터 지지기반은 약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별다른후계자 대안이 없는 북한은 11일 당중앙위원 1백45명과 후보위원 1백3명및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백87명을 평양으로 소집해 김정일을 후계자로 선출하여{주체혁명위업 완수}를 맹세하리라 한다.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일시대가 열리면 단기 2-3개월, 장기 2년이 고비가 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일체제는 결국 김일성을 떠받쳐온 주체사상이란 사고와 행동의 틀을 결코 뛰어넘을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지침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면 김정일체제는 다시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원칙으로 하는 주체사상에 매달리게 될것이다. 그러나 북한내의 많은 지식인과 군부는 변화하는 시대의 개혁과 개방을 요구하게 될것이며 결국 두개의 큰 물결은 서로부딪쳐 소용돌이를 이루게 될것이다.
김일성주석의 생전에는 피의 숙청으로 국가를 다스려 왔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주체사상은 바로 수령의 명령에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논리를 집약한 문구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후의 북한은 의외로 빨리 변할지도 모른다. 이미 북한의 인민들 사이에는 자유의 싹이움트고 있고 특히 김일성주체사상에 반기를 들어온 지식인들은 정권교체기의혼란한 틈을 유일한 기회로 삼아 개혁과 개방의 기치를 과감히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김정일체제의 유지존속기간을 장단기로 구분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의 죄과중에서 특히 북한인민들의 배를 주리게 한 죄는 도저히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 특히 북한을 탈출한 동포들의 말을 들어보면 배고픈 고통이탈출의 동기가 됐다고 한다. 따라서 백성들을 배부르게 먹여 살리지 못한 김일성의 죄는 결국 후계자에게로 전이 될것이다.
만약 김정일체제가 다시 주체사상에 매달려 폐쇄적인 정책을 편다면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적인 빈곤이 그의 집권기반을 흔들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군부로 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지식인의 반발을 다스리지 못할 경우에는 김정일체제의 운명은 가히 풍전등화라 할수 있다.
우리는 김일성의 후계세력이 적극적인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 북한동포들이 인간으로서 누릴수 있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것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국제사회가 혐오하는 핵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세계인들이 같이 걷고 있는 길에동참할 것을 권한다. 이제 우리는 무산될 위기에 놓인 남북정상회담에 미련을 갖지 않고 통일의 열망도 잠시 접어둔채 북한의 동태를 주의깊게 지켜봐야한다. 정부는 서둘지 말고 북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데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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