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인술과 신술

아버지께서는 목련꽃이 막 피기시작하던 어느날 대동맥파열로 쓰러지셨다.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일단 수술을 결정하고 먼저 목밑에서 심장까지 연결하는수술을 중환자실 침대에서 했다. 마취를 하지않고 하는 수술을 아버지께서는잘 견디셨으나 곁에서 지켜보는 내겐 너무 고통스러웠으며 조심스럽게 수술하시는 흉부외과 의사선생님이 하나님으로 보였다.그래서 의사선생님이 하나님의 전권대사같아 보인다고 말씀드렸다. 절망적인상황을 잘아시는 선생님은 괴로운 표정으로 신술이 아니라 다만 인술일 뿐이라고 강하게 설명하셨다. 그렇기에 의사의 오진으로 죽어간 영혼을 위해 세워논 십자가에 낀 이끼색깔을 보고 녹십자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일주일 뒤목련꽃이 활짝핀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하늘 나라로 가셨다.

나의 인생병원에는 오늘도 소외당하고 외롭고 지친 영혼들이 찾아와 자신의아픈 부위를 내어놓고 상처를 보여주며 고통을 호소해 온다. 의사가 내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듯이 나도 그들의 고통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고 슬퍼하게된다.

그들의 아픔과 증세는 다양하지만 언제나 나의 처방은 기도합시다, 승리합시다, 맡기십시오라는 한가지 뿐이라 인술에 한계를 느끼던 의사의 심정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난 매일 밤마다 전능하신 분 앞에서 그들 영혼을 위해 매달릴수밖에 없지만, 기쁨을 회복했노라 승리할 수 있겠노라며 환한 미소를 띠며찾아오는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 존재이유를 발견하게 된다.이들과 함께 가는 나의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음을 고백하며 인술을 넘어선 신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오늘도 무릎으로 살기위해 애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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