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부실기업 인수론

전전대통령은 지난 한글날 칠곡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25일엔 노전대통령이 쳤다. 둘은 즐거웠다. 그중간쯤인 21일 우리의 김영삼대통령은 성수대교참사직후 방한한 페리미국방장관에게 부실기업을 인수받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YS는 괴로웠다.**꼬리무는 기우**

기우(기우)란 기인우천의 준말이다. 옛날 중국의 기나라 어떤사람이 날마다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우)했다는데서 나온 말이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이 {기우}들이 지금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다. 저녁 대폿집에선 이런화제들을안주삼아 고성이 빗발친다.

지존파 주사파 야타족이 왜 생긴줄 알아? 지존은 돈없고 머리도 없어 대학에못간파, 주사는 돈은 없지만 머리는 있어 대학에 간 파, 야타는 돈은많고 머리가 없어 대학에 못간족이지 이쯤되면 고급안주다. 역시 뒷얘기지만 지존파가 납치살해하려했던 부유층은 승용차기준으로 그랜저3000. 그런데 이들에게살해된 모씨의 차는 그랜저2.4였다. 왜 당했을까. 바로2.4마크가 {3000}으로바뀌어 달려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역사를 활성화시킨다는 차원에서 볼때 풍경화보다 인물화를 좋아하는 영국사람들의 선택은 슬기롭다. 집안벽에 걸린 조상이나 역사의 위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은 역사의 잘잘못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고서야 역사가 어찌 성공하지않겠는가. 인재는 천연기념물처럼 귀하고 인재만 흔해빠진 우리네 역사와는천양지판이다.

**이젠 지하만 남았다**

93년 문민정부출범이후 터진 사고도 하나같이 인재였다. 구포열차.해남비행기.서해여객선.지존파.인천북구청 아니할말로 이젠 지하만 남았다고 할정도다.김대통령께서 얼마나 심기가 불편했으면 부실기업인수론의 실언까지 했겠는가.

자고나면 펑펑터지는 사건에 대한 논죄와 대책은 이미 신물나게 제기되고 있다. 3-5공이 빚어낸 물량주의의 허실이 이제야 그구조적 모순을 분출한 것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사태의 해결방법에 대한 눈길이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단일사건에 대한 공적책임이나 개별범죄를 전체적 모순에 치부해 버릴수는 없다. 그렇게되면 {내탓}은 하나도 없고 온 천지에 {네탓}만 남게된다. 이{네탓}이 모이면 공범(공범)의식이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나만 먹었나?나만 잘못했나}하는 죄의식의 실종을 본다.

**수습하는 지혜 모을때**

일단의 사태들을 보면서 이정권에 권하고 싶은것 두가지. 하나는 대형 사건.사고에대한 처벌의 공정성, 하나는 (앞에서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는정권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처벌에 있어 법의 그물코가 달라온 것은 3공이후 최대의 악습이다. 최근에만도 김모.최모등 재벌총수들이 원전과 관련해 수십억원의 뇌물을 주고서도 멀쩡한 것, 정치인.장관들이 조선천지가 시끄러운 사건에 휘말리고도 며칠안가보석으로 사뿐히 풀려나오는 상황은 바로 {사람위에 사람있다}는 증거다. 신상필벌이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개혁이요 민주화인가.

행정가의 스타일을 이야기할때 우리는 흔히 대구시장을 예로들어, 이상희씨같은 이와 한명환씨 같은이를 대조적으로 든다. 이씨는 불도저처럼 큰일(사업)을 계속 벌이는 스타일이고 한씨는 전임자가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수습하는스타일이다. 전자는 화려하고 후자는 빛이 덜난다. 김대통령은 {개발독재}가빚어놓은 갖가지 과제의 수습역할이 아무래도 급선무같아 보인다. 화려함이나 정치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그저 불안해 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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