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북도의회 본회의장. 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의장단을'성토'하고 있었다. "도의회가 도청 후보지 선정작업을 떠맡은지 4년, 아직도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용역기관은 오래전에 후보지 3곳의 선정작업을 마쳐놓은 상태인데도 그 결과의 납품을 3차례유보시키고 있는 저의가 어디 있느냐. 의장단이 후보지 결정을 선거뒤로 미루려는 속셈이 아니냐"도청유치운동이 활발한 지역중 한 곳 출신인 이 의원은 이날 발언을 하기전사석에서 "지역민들에게 들볶여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 자신 경북도청이전특위 소속으로 누구보다 후보지 결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마당에 발언대에 올라선 것은 다분히 '지역민 해명용' 발언이라도 남기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동정섞인 분석을낳았다.
현재 도청이전유치위를 구성해놓고 있는 7개지역의 의원들 처지 대부분도 아마 이 의원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돌았다.81년 대구시 독립이후 도청이전 필요성이 대두한 이래, 그리고 92년부터 도의회가 이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하고도 경북도청은 여전히 '대구시 산격동'그 자리에서 꼼짝을 않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지역간의 한치 양보없는 날카로운 이해대립 때문이다.
학자들은 도청이전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을 지역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보고있다. '내 앞마당으로'(Please In My Front Yard). 오직 자기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지역의 사정은 전혀 도외시해버리고자하는 철저한 이기주의인'핌피'(PIMFY)현상. 이 역시 혐오시설의 자기지역 설치를 반대하는 님비(NYMBY)현상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이해가 상충하는 상대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영남대 우동기행정학과 교수)요즘 유례없는 겨울가뭄으로 극심한 생활용수난을 겪고 있는 포항시. 올해시군통합으로 편입한 지역인 종전의 영일군 기계면 기계천의 암반 지하수가'눈에 삼삼하지만', 지난해 여름가뭄때 이를 시도했다가 지역민들의 '기계천취수반대'로 한바탕 겪은 '난리'가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수자원공사가 '기계천의 상당한 지하수를 뽑아내 포항지역에 공급하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며 암반관정을 시도하려다가 기계면민과 인근 경주군 안강읍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주저앉고 말았다. 이들 주민들은 '하루 수만t씩 뽑아쓰면 기계천의 지하수가 고갈될 우려가 많아 농사와 간이상수도 이용에 지장이 온다'며 암반관정을 '결사반대'했다.
당시 경북도가 양쪽의 사정에 모두 나름대로의 일리가 있다고 보고 거중조정에 나섰지만 절충점 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쪽 저쪽주장 모두 그 나름의 타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려는 여유와 양보가 없는 게 아쉽다" 며 편협성을 못벗어난 지역이기성을 지적했다.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의 수질오염 방지대책을 둘러싼 포항시와 상류지역인 경주시간의 상수원 보호구역 확대지정 마찰을 비롯, 지역이기주의 현상은경북도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군간 행정구역 조정, 쓰레기처리장·분뇨처리장·도축장·공해공장·가스시설·핵폐기장 등의 설치 반대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 시설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이웃주민들까지도 집단으로반대운동을 펴는 게 오늘의 우리 사회분위기이며, 그 해결책 또한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던지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간의 독립성이 강해지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에 접어들면 환경문제를 포함 편협한 지역이기주의가 더욱 극성스러워지지않을까하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우려다. 영남대 우교수는 "물론 주민들이 환경권·재산권·생존권 등 기본적 권익을 보호받을 정당한 권리까지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사익이나 공익은 알 바 아니다는, 막무가내식 지역이기주의와 집단행동은 곤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혐오시설의 경우 시행처는 극단적 반발의 불씨인 '밀실행정'의 타파와 투명한 시설계획 공개, 합리적 주민설득 작업, 상응한 보상책이 뒤따르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관련 주민들은 극단적 저항만이 능사가 아닌, 공동체 의식을 전제로 정치력을 발휘할 줄 아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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