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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씨전 은공편에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어 눈길을 끈다. "천자는 일곱달로서 장사를 지내는데, 그때까지 천하의 문물제도를 같이 하는 나라의 대표들이 모두 올 수 있다. 제후는 다섯달로 장사지내는데 그때까지는 동맹을 맺은 나라의 대표들이 모두 모일 수 있다. 대부는 석달로 장사지내는데, 그때까지는 같은 지위에 있는 자들이 모두 올 수 있다. 사(사)는 그 달을 넘어서장사지내는데, 외척들도 올 수 있다"이를테면, 천자, 제후, 대부, 사의 장례기간은 각자가 가질 수 있었던 교제의 범위(현실적 합리성)를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라는 명분적 가치가현실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천자와 여타의 제후, 대부, 사 등은 그 적용되는 기준의 차원이 달라 흥미롭다. '문물제도'라는 문화적 차원의 기준은 이른바 정치적(동맹), 계층적(지위), 혈연적(외척)관계와는 다른 어떤 보편적 관계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적구심점이었던 천자에게는 명분과 현실의 경계가 해체되어야 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아득한 옛날의 '문물제도(장례기간)'가 이제와서 각별한 느낌을 주는 까닭은어디에 있을까. 아마 요즈음의 세태 탓일 것이다. 욕망은 모두 실현되어야한다는 가치관은 아주 위험한 '문물제도'일 터인데, 작금의 우리의 실정은그러한 '문물제도'의 압도적 영향 아래 놓여있는 것 같다. 근자, 정부 주도하에 사회 각 방면에서의 개혁작업이 추진되고 있다하니 빗나간 '문물제도'들이 속히 바로 잡혀지기를 기대한다. 〈소설가·대구교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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