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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변화의 물결 다시서는 상아탑(4)-학괴 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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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는 95학년도 입시에서 생물학과, 미생물학과, 유전공학과,등 3개학과를 생명과학과군으로 통합해서 신입생 1백90명을 선발하는등 18개학과를 8개모집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했다.서울대가 92년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 제어계측공학과등 3개학과를 1개의모집단위로 신입생 2백15명을 뽑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대학의 학과통폐합은 이제 전국의 대학들에 유행처럼 번지고있다. 95학년도 입시에서는 전국23개 대학이 1백74개 학과를 69개 학부 학과군 계열단위로 통합했다. 또 11개대학의 45개 학과는 21개 학과로 통폐합됐다.

지금도 대학들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세는 '통합'쪽이다. 이제 더이상 학과중심으로는 경쟁시대를 이겨나갈수 없다는 결론을 대학들 스스로 내리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이제 대학들이 대학자신이나 교수가 아닌 실수요자인 대학생들을 우선으로, 그들의 이익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학사운영을 해가려 한다는 것이다.

학과통합은 대학이 수요자인 대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고 또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전공을 스스로 확인해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의 수요자인 학생들의 취업기회가 확대된다.

학과통페합이 왜 필요한지, 그러면 왜 여태껏 미뤄져 왔었는지는 우리나라대학들의 학과증가와 그 이유, 문제점들을 보면 금방 알수있다.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들은 75년 72개교에서 85년 1백개교로, 95년 현재 1백31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학과수는 75년 2백36종에서 85년 4백7종으로 2.2배 늘어났으며 95년 현재 5백57종으로 75년에비해 3배나 많아졌다. 1개의 학과가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15개의 학과로 늘어나 (학교별로 이름이 달리불리어지는경우 포함) 소규모 학과중심체제로 대학들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학과가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사회로부터 어느 특정분야의 인력수요가 많아져 그 분야의 학생증원이 필요한경우 현재의 대학설치기준령으로는 기존학과의 학생수를 늘리기보다 교육내용은 같으나 이름만 다른 유사학과를 신설하는것이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교수들이 자기 학문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과 관련되는 새로운 학과 개설을 강력히 요구하고있다. 대학당국은 교육부의 재정지원, 실험실습비나 연구비까지도 학과중심으로 또 학생숫자에 따라 지원되기 때문에교수들의 학과증설 요구를 검토나 여과없이 정부에 요청해왔다고 교육부의학과통합 정책추진자료(94년 11월)에서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특히 대학이 학과중심의 폐쇄적 운영으로 기득권층이 두텁게 형성돼 사회적 수요가 없는 학과도 정원을 감축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결국 대학스스로 특성있는 대학육성을 위한 학과 신 증설을 못해왔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도 늘어나는 대학진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원을 늘리는 수단으로 새로운 학과양산을 허용해왔다.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핑계로 학과신설요구를 면밀히 검토하지도 않았고 정책지원이 대학의 장기발전방향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과가 늘어나게 된데는 그동안의 산업화와 함께 현대사회의 다원화에 따른대학원과정의 전공세분화를 학사과정의 학과세분화로 혼동했고 일부는 이를악용해온데도 원인이 있다.

이와같은 백화점식의 학과운영은 수험생들에게 학과선택에 엄청난 혼란을 주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수요가 없는 학과가 계속 존치됨으로써 학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없이 전공과 진로보다 우선 합격에 눈이 먼수험생과 학부모를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험생은 적성에 맞지않아도 전과가 제한돼 좌절하는 경우가 잦은것이 사실이다. 재학시절 학과와 전공에 제한돼 폭넓은 교과를 선택할수도 없다.더 큰 문제는 졸업후 취업에서다. 기업체들의 대졸사원 공채시 보편적인 학과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일부 대학원 석사나 박사과정의 세분화된 전공이수자는 수요가 제한되고 사회수요가 없어 대학원 진학을 하게되는등 산업수요와는 상관없는 고급인력이 양산되고 사회적 낭비의 요인이 됐다.대학으로서도 대학별 건학이념과 특성을 무시하고 백화점식 학과운영을 함으로써 특성화된 대학으로의 발전이 뒷전이 됐다. 또 지역산업권과 연계한 학부중심 학교운영이 되지못하고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 됐다.특히 대학내의 유사학과 운영은 교과과정상의 중복편성이 필연적이었고 시설과 설비, 실험기자재등의 중복투자로 인한 경제적 낭비와 교수 보직확대에따른 재정부담이 늘어났다. 물론 교수의 교육및 연구기능이 위축되는 원인도됐다. 대학전체로는 많은 강좌가 개설됐으나 학과별로는 한정될 수밖에 없어전공교육의 심화에는 오히려 소학과중심운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그렇다고 학과통합, 학부제 운영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분된 소규모학과였기에 특정분야에서 요구하는 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특정분야 기술자를 양성할수 있으며 따라서 특정분야에의 취업에는 유리한점도 있다. 교수와 학생사이가 가까워지며 학생들간의 친목이 쉽다. 교수들이 학과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다는것도 장점이다.학생에게는 선택의 기회와 폭을 넓혀주고 교수에게는 연구기회를 늘려주며대학에는 재정부담을 줄여 특성화의 길을 열어주는 학과통폐합이지만 그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경북대가 지난1월 입시이후 농과대학내의 통폐합을 몇차례에 걸친 교수회의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의 반대로 결론내리지 못한 예에서, 최근 계명대의 외국학대학과 무역학과의 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서 나타나듯 대학들의 학과 통폐합은 지금까지의 학과중심 사고에대한 엄청난 변혁을 요구한다. 그러나 교수, 재학생, 동문등이 학과에 보여주는 애정은 일부 교수들의 보신주의와 맞물려 쉽사리 결정할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고있다.제도적인 뒷받침 이상으로 교수들의 학과가 없어지는데 대한 위기의식은 자신이 구축해놓은 학문적 영역에의 파괴이며, 학과통합으로 있을 대규모학부내의 새로운 질서에서의 자신의 위치문제, 나아가 학생들로부터의 선택에 의한 자기전공강의에 대한 평가가 두려운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학과통폐합이 시대적 요청이고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더 미룰수 없다는데는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고있어 어쨌든 학과통폐합은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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