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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엄마일기-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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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햇살이 눈부시도록 곱더니 오늘은 낮고 무거운 회색빛이 온통 주위를감싸고 있다. 소리없이 땅을 적시는 봄비를 좋아했던 내 젊은 날의 기억들이불현듯 떠올라 가슴설레게 한다.어젯밤엔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산책을 했다. 고작 동네를 한바퀴 도는 것이었지만 서로의 가슴을 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갖게했다. 때문에 간간이 비춰지는 네온의 불빛사이로 남편 가슴의 온기를 더욱 따사롭게 느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중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요양중인 옛사랑의 소식을우연히 전해듣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남편. 그 여린 가슴이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짐은 왜일까. 지난 날의 빛바랜 추억들을 끄집어내놓곤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여겨지는건 불혹에 접어든 나이탓일까. 내가슴에 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아끼는 것처럼 옛연인의 불행을 슬퍼하는 남편의 가슴앓이도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창을 통해 보이는 하늘빛은 금방이라도 후두둑 비를 뿌릴 것 같다. 비가 내리면 커피숍의 구석진 창가 자리에 앉아 모카향 짙은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다. 우산 골을 따라 흐르는 빗물을 탁탁 털어내듯 고운빛 상념을 곱게 접어내 남편의 환한 웃음을 마주하고 싶다.

오늘 아침, 멋적게 웃으며 출근길에 나서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의 말을 건넸다. "내가 당신의 마음을 읽어내듯 당신도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요"(대구시 수성구 범어4동 75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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