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폐유와 휘발유 ⑭시장 가까이 오자,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차도까지 붐빈다. 밀채인 차들이경적을 울린다.
피켓들이 보인다. 플래카드도 펄럭인다. 머리와 어깨에 띠를 두른 사람이 많다. 신사복도 있고 점퍼도 있다. 여자들도 많다. 이쪽으로 모여 갑시다, 하고확성기로 외치는 사람도 있다. 휠체어 탄 사람도 있다. 목발 짚은 사람도 있다반신마비로 손발이 뒤틀린 사람도 있다. 장님도 있다. 업혀 나온 사람도 있다.노점상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있다. 추레한 행색의 사람들이 한켠에 몰려간다.아이들도 데리고 나왔다.
우리 식구들이 네거리 어름에 도착한다. 구둣발 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네거리 건너쪽을 본다. 전투경찰대원들이 열지어 온다. 군복이다. 모두 헬멧을 쓰고 있다. 방패를 들고, 방망이를 찼다. 경찰차가 사이렌 소리를 올린다. 저쪽길에도 전경대원들이 줄맞춰 서 있다. 나는 겁이 난다. 업소로 돌아가고 싶다.기요와 짱구는 사람들 사이을 헤집고 간다. 빨리 따라와, 하고 기요가 뒤돌아보고 말한다. 나는 둘을 놓칠 것만 같다. 슬리퍼 만드는 지하실에 있을 때도그랬다. 놀이를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장에서 일행을 놓쳤다."약사들은 이쪽으로, 광성약국 앞으로"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우리 식구들은 시장 입구를 지난다. 다리 저는 젊은이가 피켓을 들고 간다. 머리수건 쓴 아주머니 둘이 플래카드를 들고 간다. 앞쪽에 찡오형이 보인다. 큰 몸집에 고슴도치 머리다. 그 주위에 밤송이 머리들이 웅성거린다.
"소충위 희원분들은 이쪽으로 모여요. 학생들은 몸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을 돌보세요"
차도에서 젊은이가 외친다. 이마에 흰 띠를 두르고 있다. 팔에 완장을 찼다.한 켠에 대학생 티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장구와 북을 맨 치들도 있다."마두, 저기 봐. 복지원 꽁치 있지?"
기요가 손가락질한다. 나는 차도 쪽을 본다. 노경주가 있다. 역시 머리에 흰띠를 두르고 있다. 그녀 주위에 지체장애자들이 몰려있다. 그들은 피켓을 들고있다. 노경주가 뭐라고 지시를 한다.
중년남자가 사과 궤짝에 올라선다. 군청색 점퍼 차림이다. 그 역시 머리와어깨에 띠를 두르고 있다.
"우리는 농성을 평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여러 동지들, 질서를 지킵시다.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때까지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맙시다. 구호는 선창에이어 후렴을 따라 외칩시다!"
군청색 중년남자가 확성기로 외친다. 박수가 터진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큰소리로 말한다.
"모여, 우리 식구들은 이쪽으로!"
찡오형이다. 기요가 내 팔을 끈다. 나는 노경주를 보고 있다. 나는 기요에게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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