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얼굴 도장

음악회가 끝나면 간혹 "얼굴 도장 찍으러 갑시다"라는 이야기를 한다.이는 우리가 어디 출석한 후 확인 도장을 찍듯이 무대 뒤로 연주자를 찾아가 얼굴을 보임으로써 음악회에 참석했음을 알리자는 우스갯 소리이다. 이는일하고 저녁 식사도 제대로 못한채 퇴근길의 복잡한 교통망을 뚫고 연주회장에 도착하면 지쳐버려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느니, 연주나 논문 발표를앞두고 다른 사람의 음악회에 참석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느니, 공교롭게 다른 일이 생기거나 몸이 많이 아파 참석할 수 없었다느니 하고 말이다. 그리고 콤팩트 디스크와 레이저 디스크가 쏟아져 나오는 요즈음 19세기적 관례인음악회 참석은 별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등 온갖 변명을 다 해본다.그래도 내 마음은 여전히 편치 못하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음악회란 우선 훌륭한 연주에 의미가 있겠으나 이를 위해 수고한 연주자를 격려하는 따스한 마음이 오고가는 소중한 시간으로서, 이러한 따스함은 우리에게음악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기 때문이리라. 9월이 되면 다양한 음악회들이 풍성하게 열릴 것이다. 올가을에는 나자신 보다 많은 얼굴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피아니스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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