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亢龍) 의 지위에서 법정출석을 한사코 거부해온 최규하(崔圭夏) 전대통령에게 법원이 강제구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최 전대통령은 본인의 법정증언 거부 의사에도 불구, 역사의 증언대에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로써 세명의 전직 대통령이 한 법정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재판부의 강제구인 결정은 현대사의 큰 질곡을 가져온 12.12 및 5.18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직 대통령이라도 엄정한 법집행에 있어서는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재판부는 일단 구인결정의 첫번째 이유로 최 전대통령의 불출석사유가 정당하지못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로 최씨의 불출석을 방치할 경우 지금까지 수사 및 재판과정에 출석해 진술한 참고인과 증인들로 하여금 재판에 협력한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사태를 야기할수 있다는 법 적용의 공평성 을강조했다.
셋째로 3차소환 명령이후 최씨가 법률고문을 통해 이 사건은 내란이 아니다 고 발언, 결과적으로 언론에 보도된데 대해 재판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판단했다.즉, 증언을 거부하겠다던 최 전대통령이 법정외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데 대해 재판부가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구인조치에 이르기까지 항소심 재판부는 무수한 고민을 겪어왔다 .
이는 재판부가 최씨의 출석을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심지어 3차소환에서 증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신문토록 배려해준 노력은 존경받아 마땅한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와 핵심적 증인의 진술이 갖는 소송법적 중요성이라는 두가지를 조화시키려는 재판부의 고민에서 우러나온 것 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잘 드러나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최씨가 최근 법률고문인 이기창(李起昌)변호사를 통해 구인되더라도 증언않겠다 며 구인 조치의 무의미성을 누차 강조하자 강제구인을 피하고 자진 출두를 성사시키려 많은노력을 기울여왔다.
재판부는 거듭 거듭 자제해왔던 마지막 조치인 강제구인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며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데 대한 안타까움을 반영했다.
그러나 사실심의 최종심으로서 사실 판단을 완결해야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재판부는 최 전대통령의 증언 여하는 차치하더라도 그를 법정에 세우는 노력까지 도외시할 수 없는 처지임은 명백하다.
또 내란 방조자 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거센 여론의 화살을 받고 있는 최 전대통령을 이번에도 방치한다면 재판 전체적 평가에 큰 흠집을 남길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재판의 성격이 역사 바로세우기 와 민족정기 회복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역사적 심판인데다 5.18 특별법이 제정 통과된 것도 여야를 비롯 국민접 합의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이같은 상황을 판단,사실 재판부는 그간 최씨에 대해 강제구인을 불사할 뜻을 사전에 예고했다고볼 수있다.
1차소환장 송달당시 재판장이 사신형식으로 첨부한 글에서 재판엔 왕도가 없다 는 등 표현을 한것이나 2차소환 불응당시 3차 소환일에 나오지 않을 경우 그 다음 공판기일에 증언토록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재판장인 권성부장판사 특유의 재판 스타일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는게 주변의 평가다.특히 지난 90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관련, 손배소송에서 신원권(伸寃權) 이란 개념을 만들어 내거나 최근 선거사범 재판에서 원심파기율이 높았던 것도 재판장의 소신있고 완결성을 강조하는 성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판부가 이 사건의 산 증인인 최 전대통령에 대해 강제구인 결정을 내린것은 최씨의 법정증언 내용 여하와는 별개로 역사적 실체 규명을 위해 한걸음 다가선 조치란 점에서 의미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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