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소비량이 1백6.5㎏으로 일년간 한사람이 80㎏들이 쌀 한가마반을 소비한 셈이다. 이를 하루로 계산하면 한사람이 먹은 쌀의 양은 2백91.8g이며 한끼는97.3g정도가 된다. 한끼의 양을 현재 가마당 도매가격(13만5천원)으로 계산하면 1백60원이 조금넘는다. 쌀한끼의 가격이 2백원짜리 껌한통가격보다 헐하고 컵라면 1개(5백50원)가격이면 하루끼니를 때우고도 남는다. 쌀 한톨이 피 한방울 은 옛말이고 헐한 쌀값에 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많아졌다. 품삯도 못건지는 논농사를 어떻게 짓겠는가.
껌값보다 싼 밥한끼
엊그제(11월11일)가 농업인의 날 이었다. 농업정책의 쇠퇴로 소외된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정부차원에서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첫번째 기념행사였다.그러나 농민들의 마음은 행사에 아랑곳없이 착잡하기만 하다. 산업화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자였던 농민들은 국제환경과 정부의 조령모개식 정책에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영농의욕이 떨어지기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0년대 기근해소를 위해 잠시 중농정책이 있었을 뿐 기근이 사라지자 산업화에밀려 농정은 계속해서 뒤로 밀렸다. 이와함께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국제환경조차 농민들의 설자리를 잃게하고 정부조차도 말로만 농촌부흥을 외칠뿐 일관성 있는 농정을 펴지 못해 적자영농을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다.
주곡의 보고이던 문전옥답은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헐값인데다 농산물가격마저 생산비 이하이고내팽개쳤던 자갈밭은 가격이 치솟아 황금알을 낳고 있다.
농(農)자가 붙은 전용농지가격은 수십년동안 제자리인채 이외 토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땅값뿐만 아니라 농작물가격도 정부가 농민들에게 손해만 보인다. 주곡인 쌀의 경우 물가안정의 명분에 눌려 계속해서 통제를 받고 고추, 마늘, 소, 돼지등 농축산물도 가격이 오르면 금방 수입품을 풀어 제값도 못건지게 한다. 한해만 풍년이 들면 벼논에 딴 작물을 권장하다가도 조금만어려우면 이를 번복, 애써 가꾼 과수나 다년생 작물을 뽑아내게 한다. 이러고도 농위국본(農爲國本)이라며 농사를 권유할수 있겠는가.
후진 農政의 그림자
우리는 결코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 세계식량사정이 불안한 가운데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언제 선진국들이 식량을 무기로 위협할지 모른다. 현재 세계 8억4천만명의 인구가 기아에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농업을 중흥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 양곡자급도는 지난 70년 80%%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90년에는 43%%, 지난해에는 29%%로더욱 감소했다.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몇년만 더 지나면 쌀을 제외한 기타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곡물수출국의 자연재해나 공급중단등 수급불안정이닥친다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북분단상황에서 국가안보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쌀과 기타곡물의 생산을 늘려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민들이 농사의욕을 가지도록 해야 하고 이에 상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토를 갖고있으면 개발과 투기가 아니라도 이득을 볼수 있는농지정책과 함께 농작물생산이 기타 산업의 생산성을 앞질러야 한다. 따라서 1차산업인 농업을 2차, 3차산업을 포괄하는 종합산업으로 이행케 해야한다. 단순곡물생산에서 이를 가공해서 공산품화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농촌에서도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고 도시못지않은 각종 문화, 교육혜택을 누릴수 있게 해야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종합산업으로 육성을
일년에 한번 하는 기념행사로는 농업육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농민들은 정부의 농촌대책에실망한지가 오래이며 큰기대도 없다. 어쩔수 없이 농촌에 머물뿐 자식에게는 농사를 물려줄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농심(農心)을 바뀌게하는 정책이 없는한 농촌은 멀지않아 우거진 잡초뿐일것이다.
〈본사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