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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구나' 싶어 온힘 브레이크" 택시 그대로 깔릴뻔… 공사장 63톤 천공기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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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기로 땅에 '파일(철근재)' 넣어 '말뚝박기' 작업
출근시간 조금 지난 시간·지하철 출입구 없는 지점서 사고
사고 원인 불명…노동당국, 시공사 불시점검

매일신문 유튜브 캡처
매일신문 유튜브 캡처

만촌네거리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만촌네거리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 독자 제공

대구 도심에서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대형 중장비가 쓰러지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천공기가 갑자기 기울더니 넘어지는 모습을 목격한 시민들은 큰 인명피해가 없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만촌네거리 쿵 소리…"공사자재 떨어진 줄"

4일 오전 찾은 수성구 만촌네거리에는 만촌역 공사현장에 설치된 대형 중장비 '천공기'가 전도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왕복 8차선 도로 위로 쓰러진 천공기로 인해 일대 차량 흐름이 크게 막혔고, 차로 위에 올라선 경찰들은 연신 수신호를 보내며 통행을 통제했다.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인 채 사고 현장을 바라봤고,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복구 작업을 지켜봤다.

우측으로 기울어지며 도로 위 넘어진 천공기는 장비 하단 구조물의 내부 철제 부품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장비 곳곳을 둘러보던 작업자 20여명은 안전모를 쓴 채 복구 작업을 이어갔다.

사고 장비를 수습하기 위한 작업도 분주하게 진행됐다. 오전 10시 30분쯤에는 천공기를 인양하기 위한 100톤(t) 짜리 대형 크레인이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가 난 천공기 무게가 63톤(t)에 달하는 대형 장비인 탓에 작업자 20여 명은 크레인을 이용해 도로 위 천공기를 절단한 뒤 인양하기 시작했다.

사고는 출근 시간이 지나자 마자 발생했고 이곳을 자주 다니는 시민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45) 씨는 "사고 당시 막 출근을 해 영업을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쿵'하는 요란한 소리가 나서 공사 자재가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며 "가게 외부에서 사고 현장 쪽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봐도 사람들은 출근하느라 발길을 재촉했고 큰 동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 인근 상인 B(30) 씨 또한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면서도 "공사 현장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엔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사고 현장을 지나던 직장인 C(33) 씨는 "사고 발생 시간이 대부분 직장인들이 출근을 한 뒤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평소 출·퇴근길마다 가뜩이나 차가 막히는 구간인데 출근이 한창일 때였더라면 출근을 못했을 뻔했고,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지점은 만촌역 지하연결통로 공사를 위해 작업 펜스와 그물을 쳐놓은 지점으로, 현재 지하철 출입구가 없는 곳이다. 이번 공사로 출입구가 생길 예정인 위치다.

천만다행으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매일신문이 입수한 피해 택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천공기가 차량이 주행하던 도로로 쓰러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는 택시 차량 앞으로 천공기가 우측에서부터 가로로 넘어지면서 주저 앉는 모습이 나왔다. 천공기는 공사장 펜스를 넘어뜨리면서 순식간에 전도됐고, 택시가 속도를 조금만 더 냈더라면 차량이 그대로 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로 경상을 입은 해당 택시기사는 "쇠뭉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죽었구나' 싶어서 눈을 감고 온갖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브레이크를 조금이라도 더 밟지 않았다면 죽을 목숨이었고, 지금도 병원이지만 너무 어지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4일 오전 9시 6분쯤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공사 현장에서 천공기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공기가 쓰러지면서 지나가던 택시를 덮쳐 택시 운전자와 탑승객 1명, 천공기 기사 등 3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오전 9시 6분쯤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공사 현장에서 천공기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공기가 쓰러지면서 지나가던 택시를 덮쳐 택시 운전자와 탑승객 1명, 천공기 기사 등 3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사고 원인 두고 해석 분분…노동청, 시공사 불시감독

천공기는 암석이나 공작물에 구멍을 뚫어 파일(철근재)을 박는 대형 중장비로, 지하에 시설물을 설치하기에 앞서 지반을 뚫는 기초 공사에 투입된다. 사고가 난 천공기의 무게는 63톤(t), 길이는 21미터(m)에 달한다.

공사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천공기로 파일을 박는 작업은 지하 구조물 공사를 위해 필요하다. 지하 구조물을 세우기 위해 땅을 파내고 일명 '말뚝'을 박는 작업으로, 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파일을 박아 세우고 성토·복토 작업을 거친 뒤 출입구 신설 공사를 한다. 사고가 난 지점에는 올 초부터 천공기로 약 36개의 파일을 세우고 있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찰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선 가운데 사고 배경을 두고는 갖가지 추측이 이어졌다. 공사 현장을 둘러본 작업자와 관계자들은 천공기가 넘어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사고를 수습하던 현장 관계자 D씨는 "천공기로 땅에 파일이 수직으로 박힌 상태에서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파일이 빠져 지하에 박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천공기와 함께 옆으로 기우뚱한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 E씨는 "천공기에 있는 비트 부분에 고장이 났었고 이를 수리하려고 하던 와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노동당국은 원인 분석을 위해 시공사를 대상으로 현장 불시감독에 나섰다. 이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시공사 ㈜태왕이앤씨의 대구경북 지역 전 현장에 대해 불시감독을 실시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반에 대한 감독에 착수했다.

노동청은 ㈜태왕이앤씨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공하는 전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불시감독을 벌여 확인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황종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이번 만촌역 현장 감독을 통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 "㈜태왕이앤씨가 시공하는 전 현장의 불시감독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확인시 일벌백계의 관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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