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대안학교-간디청소년학교

"자연과 호흡하며 자율을 배운다"

오전수업 국어·영어·철학·자연 사회·음악·오후수업은 텃밭가꾸기·집짓기·빵만들기·옷만들기….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지리산 남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간디청소년학교의 시간표."지난주 토요일 처음 모를 심어 봤어요. 비를 맞으며 심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중 3인 순재(16)는 보들보들한 모와 발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땅의 촉감을 얘기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가치과의사인 순재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모가 무엇인지도 몰랐었다.

간디청소년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학교. 입학과 졸업, 교육과정 운영이 아무런 구속없이 오로지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다. 암기·주입식 교육에 치우친 제도권 학교가 지닌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에서 '대안(代案)학교'로 불린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 학교 학생은 28명. 남학생 17명, 여학생 11명이다. 중 1년생부터 고 2년생까지 다양하다.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거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학교에 들어왔다. 대학강사와 전직교사 10여명이 교사. 진학을 하려면 검정고시를 거쳐야 한다.

학생들은 왜 '실험'에 가까운 이 학교를 선택했을까. 학교측은 "달달 외우기만 하는 공부방법에적응을 못한 학생들"이라고 얘기했다. 중1인 기윤이(14)는 "부모님이 학교를 소개해줬다"며 "숲속에서 자유스럽게 공부하고 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학생들의 부모는 의사 대학교수 학원장 교사 공무원 회사원 농부 등등. 한 학부모는 "가족모두가 초주검 입시준비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환멸을 느껴 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이 학부모는 "6년후에 아이가 훌륭한 성격과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며 학교에 신뢰감을 보냈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1시까지는 지식교육, 수학과 영어는 단계별 수업을 한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의식주 해결교육과 감성 예술 교육시간. 집짓기도 하고 음식도 만들며 음악 미술도 한다. 4시부터 6시까지는 개별학습시간. 대학입학을 위해 지식교육을 원하면 지식교육을 하고 아니면 피아노나 가야금을 배운다. 공부가 지겨운 학생들은 앞다리 하나가없는 강아지 '삼순이'와 놀기도 하고 신나게 농구도 한다. 숲과 계곡에 들어가 자연을 호흡하는것도 즐겁다.

학생들은 간디청소년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한 설문조사결과 수업방식과과목수, 이동수업 등이 마음에 든다는 대답이 많았다. 주위환경도 좋다고 했다. 희진이(15)는 "인간관계가 좋아졌고 불만을 참고 견디며 스스로 공부하게 됐다"며 "목수 또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간디학교 설립자이자 교장인 양희규씨(39)는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제도권 교육에서 몇명이라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세웠다"며 "간디학교가 대안학교의 한 모델이 돼 대안교육에 큰영향을 끼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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