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양 고추시장-"흥정인지 싸움인지"

고춧빛 여름해가 채 뜨기도 전에 영양고추시장의 하루는 시작된다.

새벽 5시. 가깝게는 영덕, 안동, 봉화, 청송 멀게는 대구, 서울, 부산, 강원도 등지에서 몰려온 고추 소매상들이 흥정을 벌인다. 태양초인지 벌크초인지 가리는 일부터 값부르기까지 투박한 북부경상도 사투리가 쏟아져 외지인들은 싸움인지 흥정인지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다.오전 8시만 돼도 고추 1백근이 담겨진 비닐포대를 실은 트럭들이 총총히 시장을 빠져나가 금새파장 분위기.

아직 물량이 많지 않아 5~6개 상회와 고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펼쳐놓은 20여개 난전이 손님을맞지만 추석밑이 되면 수십개 난전에 펼쳐진 30~40만근의 고추가 장터를 벌겋게 달군다.올 시세는 근당 중품이 2천5백~2천6백원, 상품이라도 4천원을 넘지 못해 농민들은 흥이 나지 않는다. 거래량도 줄어 영양 고추시장의 전통인 경매도 몇년전부터 사라지는 등 다른 지역의 5일장과 마찬가지로 장세가 옛날만 못하다.

하지만 영양고추의 오랜 명성은 여전해 그나마 위로가 된다.

껍질이 두꺼워 가루가 많고 그 입자가 고와 물이나 간장에 넣으면 뜨는 영양고추. 정신이 번쩍들정도로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도 자랑거리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신태진씨는 "고향인 영덕에 벌초하러 왔다가 들렀다"면서 맛이 좋으면 내년에도 올 생각이라며 방금 산 고추포대를 들어보인다.

색깔이 밝고 선명하면서 영양고추 특유의 매끈함이 느껴지는 고추가 상품이라는 상인들은 10~20근씩 사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4, 9일 열리는 장날에 오면 소매상들에 밀려 오히려 푸대접을받기 쉬우니 이날을 피하라고 충고한다.

농협과 상설 상회에서는 통신판매도 실시하고 있어 고추시장을 찾을 짬이 없는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구입문의는 각 지역 농협사무소나 (0572)683-2281~2, 82-2131.〈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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