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국채보상운동 90돌의 과제

올해 대구는 역사적으로 '내가 잊었던 강가의 새벽'으로 돌아온 것 같다. 90년전 대구에서 일어나전국을 휩쓸었던 국채보상운동을 비로소 되찾아 시민속에 재생시키는 데 큰 진전을 본 것이다.매일신문의 장기특집과 캠페인, 방송사들의 잇단 특집방송등 국채보상운동발발의 날인 지난 2월21일에는 처음으로 대구시주최의 90주년 기념모임을 가졌다.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국채보상운동사'(박영규·조항래저)를 발간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번 16일과 17일에는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발족 국채보상운동기념비 제막식 및 학술심포지엄이 잇따른다.

여러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에서 제2국채보상운동을 벌이고 있는것도 주목할 만하다. 소비절약운동, 저축증대운동, 국산품애용운동, 심지어 기술혁신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외채(外債)위기, 외환(外換)위기가 무역적자 누적의 결과이고 무역적자는 결국 기술력부족에서 생긴 것이라면 기술혁신운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개방시대의 제2국채보상운동이 폐쇄적인 국산품애용운동차원을 넘어 저축증대운동과 기술혁신운동 등의 개방적 운동 차원으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과 제2국채보상운동이 아직은 대구지역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지만, 전국화시키는데까지 나아가야 하고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육사(李陸史)의 시구(詩句)를 빌린다면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아직 길은 멀지만 여기까지 오기까지에도 몇몇 분들의 큰 뜻과 큰 수고가 있었다. 그 분들에게이육사의 포도를 '하얀 모시수건'에 싸 보내고 싶다.

생각하면, 구한말 한국은 외채로 망하였다. 외채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철도 광산등의 이권을 다뺏기고 관세권도 뺏기고 심지어 조세·재정권까지 몽땅 뺏기는 형국이 되었다.여기에 일반국민이 분연히 일어나 외채갚기 소비절약운동을 벌인 것이다. 전국적으로 전국민이감동적으로 참가한 '감동'운동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 운동과정을 구체적으로 재조명 재음미해 보고자 한다.

한국은 외채로 망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또한 1960년대 이후 외채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경험을갖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세계역사상 외자(外資)를 끌어들여 산업화에 성공한 최초의 케이스가 될 것이다. 외자는 이처럼 부정과 긍정의 두가지 측면의 경험을공유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선진국 진입의 문지방에서 다시 외채위기와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 위기는 다시 국채보상운동의 경험을 되살리게 하고 재평가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역사적 경험이 다시 국민경제적 위기돌파의 원점으로 환원되고 있는 셈이다. 이 측면을이번 학술 심포지엄에서 진지하게 재검토해 보려는 것이다.

WTO체제하에서 한국경제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사실 혁신이란 쉽지 않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지원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구태의연한 국산품애용주의로는 안된다. 그런 형태는 오래가지도 못한다. 보다 좋은 제품을 보다 값싸게 만들기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혁신동맹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지역 기술혁신시스템의 구축으로까지가야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형태의 운동은 근·현대 세계사에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외자의존형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외채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그런점에서 국채보상운동은 세계적 의의를 갖고 있다.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국채보상운동의 세계사적 의의를 재평가하면서 국채보상운동발생일을세계의 외채문제를 함께 걱정하고 함께 해결의 길을 찾는 '외채의 날'로 세계화시키는 문제 또한논의하고자 한다.

UN을 통한 '외채의 날'지정운동도 추진해 봄직하다. 아울러 이것을 뒷받침하는 대구시민운동, 혹은 국민운동을 격려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인 공동연구와 함께 서상돈 상'徐相敦 賞'의제정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채보상운동에 전국민이 함께 참여했듯이 기념사업과 제2국채보상운동에도 전시민 전국민의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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