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화의 고향-OK목장의 결투

"美 애리조나주 툼스톤" 부트힐, 부트힐, 몹시 차갑고 너무 적막한 곳. OK목장의 결투에서 죽은 살인자들이 나란히 누워있는 곳

우리는 영화 OK목장의 결투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이 주제가를 기억한다.

OK목장의 결투 는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가 말을 타고 부트힐 묘지를 떠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황혼이 내려앉은 사막. 줄지어 선 캑터스 선인장 사이로 한 줄기 모래바람이 휘돈다. 주인공 어프는 사상 최대의 결투 를 뒤로 한 채 OK목장이 있는 곳, 애리조나주 툼스톤을 떠난다.OK목장의 결투 는 실화다.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OK목장의 결투 는 1881년 10월26일에일어났던 미국 서부개척 사상 최대의 결투였다.

이 한판의 결투는 정의를 상징하는 보안관 어프 형제가 무법과 폭력의 클랜튼 형제를 제압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영화 속의 보안관 어프, 어프의 친구인 술꾼 총잡이 닥 홀리데이, 무법자 링고, 맥클로리 형제, 그리고 보안관 어프가 끝내 쏘지 못했던 나이 어린 총잡이 빌리 클랜튼도 모두 실존인물이었다.애리조나주의 남부 도시 투손, 투손 공항에 내리는 순간 사막을 체험할 수 있다.바늘처럼 따가운 햇볕이 반소매로 드러난 팔뚝을 사정없이 찔러댄다.

투손을 떠나 약 한시간쯤 달리자 OK목장의 결투 의 현장 툼스톤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툼스톤은 1870년대 서부개척시대 때 은광이 발견돼 한때 미국서부 최대의 도시로 성장했었다.

툼스톤에서 처음 발견한 영화 속의 현장은 다름아닌 부트힐 묘지. 읍내로 들어가는 언덕길을 올라서자 그 정상에 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자갈과 돌무더기, 드문 드문 거대한 선인장 더미가 허연 묘비들과 어울려 음산한 조화를 이룬다.모두 2백50기의 묘에는 툼스톤 개척 당시에 희생된 주민들이 묻혀있다.

빌리 클랜튼, 톰 맥클로리, 프랭크 맥클로리, 1881년 툼스톤의 거리에서 죽다

이렇게 쓰인 묘비 옆에 그들 세사람의 묘비가 나란히 서있다. 이들은 OK목장의 결투 에서 보안관 어프와 닥 홀리데이의 총에 쓰러진 무법자들. OK목장의 결투 가 실화였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툼스톤 읍내 거리에는 아직 와일드 웨스트 의 뜨거움이 그대로 살아있다. 빛바랜 목조건물과 나무기둥이 회랑을 이뤄 잇대어 서 있는 툼스톤 거리. 마치 영화 OK목장의 결투 그 스크린 한 가운데 서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광산도시 툼스톤은 이제 관광도시로 변해있다. 한때 은이란 지하자원으로 번성했던 툼스톤에게지금은 OK목장의 결투 가 최대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툼스톤에는 일년 내내 OK목장의 결투 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곳에서는 3월 첫주말을 툼스톤 사막지대 개척사를 기념하는 대지의 날 , 5월 마지막 주말을 정의의 보안관을 위한 와이어트 어프의 날 , 6월 마지막 주말을 툼스톤의 안전을 위해 희생했던 자경단의 활동을 기리는자경단의 날 , 9월1일 노동절이 들어있는 주말을 닥 홀리데이와 보안관 어프의 랑데부를 기억하기 위한 결투사 재회의 날 , 10월 세번째 주말을 서부개척 시대 이래 지금껏 툼스톤의 공연장으로 남아있는 극장 헬도라도 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헬도라도의 날 로 지정하고 있다. 일년 내내와일드 웨스트 의 정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OK목장은 툼스톤의 중심가인 알렌가의 동쪽 끝에 있다. OK목장은 성인 4달러, 어린이 2달러의입장료를 받고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목장 안에는 2백평 남짓한 공터에 결투의 현장이 보존돼 있다. 그곳에는 결투 당시 인물들이 당시 모습을 한 채 그때 그 자리에 마네킹으로 서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첫번째와 세번째 일요일오후2시에 당시 결투 장면을 재현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옆 건물 안에는 당시 창문 너머로 결투를 지켜보았다는 닥 홀리데이의 연인 케이트가 창문을 너머다보고 있는 모습이 역시 인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영화 속의 결투는 10여분간의 쫓고 쫓기는 혈투로 그려졌다. 그러나 실제 결투는 어프 형제와 닥홀리데이가 클랜튼 형제, 무법자 링고 등과 마주서서 십여발의 총성으로 끝난 순식간의 일이었던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결투는 어프-클랜튼 결투 라는 이름으로 당시 서부지역에 널리 알려져 무법 천지의서부가 질서와 평화를 되찾는 전설적인 계기가 됐다. 덕분에 툼스톤이란 이름은 더이상 죽은 이가 잠든 묘비 가 아닌 법과 정의가 살아숨쉬는 기념비의 의미로 떠오르게 됐다.툼스톤에는 애리조나주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이 있다. 툼스톤 에피타프 지가 그것. 이 신문은OK목장의 결투 당시 결투 소식을 실제로 보도했다. 물론 지금도 이 신문은 발행되고 있고, OK목장의 결투 소식을 보도했던 당시 신문사본을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툼스톤(미국애리조나주).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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