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파고 뛰어넘자

미국산 패션가방인 '이스트팩'이 국내 청소년들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스트팩을가지고 있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게돼 너도나도 유행병처럼 메고 다닌다.

얼마전 이 회사 사장이 홍보차 한국의 자사매장을 방문했다. 사장은 매장책임자에게 "이스트팩이중·고등학생들이 입고다니는 교복처럼 학교에서 정한 공식가방이냐"고 물었다고 한다.대구시 수성구 모 초등학교 5학년생인 이모군(11)은 얼마전 같은반 친구 5명을 집에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었다. 이군은 친구들에게 수입 조립완구인 10만원짜리 레고를 선물받았다. 이군은 "국산장난감은 생일선물목록에 끼지도 못한다"며 "몇몇 친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생일선물로 수입완구를 서로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사이에 수입선물주고받기가 당연시되고 고가의 수입완구들이 어린이선물상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시내 한 백화점 완구매장의 경우 인기선물상품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수입품이다. 가격은 국산보다 보통 2~3배이상 비싸지만 불황을 모를 정도로 잘 팔린다.

반면 국산완구는 매장 한 켠에 밀려나 있다. 국산이 어린이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선물로는 '자격미달'로 여기기 때문.

외제열풍때문에 동성로에는 야시골목을 중심으로 일본 캐릭터 문구 전문점, 미국 스포츠캐릭터용품 전문점들이 속속 등장, 국내상품을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어른들은 한술 더 뜬다.

외제골프채에다 호주산 로열젤리 상어간추출물인 스쿠알렌 등 수입건강식품까지 선물로 등장하고있고 영국의류인 버버리는 30,40대주부들이 꼭 선물받고 싶은 상품이 됐다.

수입이냐 국산이냐 유행 체면 등이 선물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선물에는 주고 받는 사람의 정성과순수한 마음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수입선물을 자제하고 어려울때일수록 '우리것'을 지키고 애용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李鍾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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