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이 불과 나흘만에 1t의 금을 모았다. 달러로 1천만달러 어치. 지난달 15일 매일신문이전국 처음으로 한 경산 시민의 제안을 보도할 때만 해도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자문(自問)했던일. 13일 뒤 대구의 '한울정신문화원'이 역시 전국 처음으로 금모으기를 실천에 옮겼을 때까지도'가능할까' 했던 일. 우리는 해냈다.
매일신문의 그 15일자 첫 보도 직후 한 젊은 여교사는 즉각 신문사로 전화해 앞장 서길 독려했었고, 중년의 한 기업체 사장은 "아이 돌반지까지 내겠다"고 했다. 여성 치과의사는 "어디서 금을 모을지 빨리 정하라"고 재촉했었다.
매일신문이 한보사태 뒤 국난을 예감하고 제2 국채보상 운동을 제창한지 만 일년. 작년 3월에는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가 이 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4월에는 대구시청 직원들이 앞장설 것을 결의했었다. 5월엔 대구시내 1백4개 기관·단체들이 "내가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대개는 긴가민가 했었다.
작년 3월10일에 이미 외채 위기를 경각시키는 시위 피킷이 등장했었다. '외채가 1천억달러입니다!'라는 대구대 학생들의 피킷 시가행진 사진이 매일신문 사회면을 뒤덮었었다. 하지만 모두들 '설마'만 되뇌었었다.
그러다 마침내 12월3일의 '경제국치'. 그리고는 이제 가정까지 위기에 내몰리는 벼랑에 서고 말았다. 통한. 뒤늦은 후회.
하지만 드디어 우리는 해내기 시작했다. 8일까지 대구시민들이 모은 금은 무려 28만5천여돈, 1.07t.환경미화원이 나섰고 식당 아주머니가 집안에 있던 유일한 금붙이를 쌈지에서 꺼냈다. 어떤 할머니는 시청에 내면 되는 줄 알고 버스를 타고 달려 가기도 했다. 참가자 수 무려 1만5천9백93명.누가 시킨다고 될 일이던가?
금 뿐이랴. 대구시민들은 IMF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외화도 무려 2천5백21만달러나 모아냈다.작년 4월 이후의 지역경제 도우미 통장(대구은행) 가입자가 8천2백76명(예금액 1천7백43억원), 우리경제 살리기 통장(대동은행) 가입자가 12만2천명(예금액 2백1억원)에 달했다.이제 고철 모으기 운동까지 불붙었다. 버리다시피 했던 못쓰는 종이들도 시민의 손에 의해 '달러'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해낼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다시 한번 '대한국민 만세!'를 외치게 될 것이다.대구·경북지역민들은 이렇게 구국(救國)의 경제살리기-90년만의 제2 국채 보상운동을 전국에 불지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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