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난기 거대야당의 역할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헤매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요즘의 경제 난국에야당, 특히 한나라당 같은 거대 야당은 나름대로 자당 고유의 독특한 목소리로 국정을 비판하고또 경우에 따라서는 여당에 협력해서 국난극복에 초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대선당시 1백여가지의 공약을 내세웠던 공당(公黨)답지 않게 지금까지 내부 계파간의 갈등에 얽매인채표류하는 모습인 것은 서글픈 일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민정계와 민주계, 구민주당의 이기택총재와 통추세력들이 불안하게 동거하는 연합 세력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해소치 않고는 정책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할수 없다는것도 알고는 있다.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의 총리 인준을 앞두고 조순(趙淳)총재와 김덕룡(金德龍), 김윤환(金潤煥)의원등 지도급 의원들이 인준 반대를 분명히 하는 반면 이한동(李漢東)당대표등은 찬성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분열을 거듭하는 당내사정을 뜻한다. 우리는 집권경험이 있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러한 분열 양상이 우리의 어려운 현실 여건에 미루어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을 지적코자 한다.

그보다는 한시바삐 당내 화합을 이루어서 시비곡직을 가려 여당에 대해 견제와 동참을 병행할수있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여당의 재벌정책에 대해 "재벌해체를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 "복잡한 재벌 사슬을 한꺼번에 끊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나름대로 일리있는 소리를 했다.또 외국에서는 몇해가 걸리는 행정개혁을 '대통령 취임전'이라는 시한내에 졸속처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말할나위 없이 이 두가지 지적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그러나 따져보면 이 두가지 개혁 모두가 내재적(內在的)요인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IMF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 측면이 강한 만큼 무턱대고 문제점을 지적,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은 그동안의 집권 경험을 살려 대안을 제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의견이다.

야당이 여당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지금같은 국난기(國難期)에는여당을 보완해서 이견(異見)을 조율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부연한다.

한나라당은 이제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건전한 정책 야당으로 거듭 태어날때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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