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러잡기 생산라인 쉴틈이 없다

14일 새벽 2시. 한국의 수출전진기지 구미국가산업단지 한켠에 있는 전자부품생산업체 (주)보광.이날 두번째 교대조가 들어온 생산라인은 밤이 깊어 갈수록 활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생산라인에서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TV핵심부품 '그라스 로드(유리봉)'에도 윤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절체절명에 놓인 한국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달러를 벌어 들이는 수출뿐. 환율인상으로 수출호기를 맞이한 지금은 우리경제를 부활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구미산업단지 수출업체들의 각오는 그 어느때보다 새롭다.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구미산업단지 업체들이 수출한국의 '명예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내수 중심에서 수출로 활로를찾은 업체들은 주문이 밀려 밤을 샌다.

2백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주)보광은 수출주문이 품목에 따라 3개월에서 1년씩 밀려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설날에도 공장을 가동했을 정도. 이 업체는 지난해 2백50억원의 수출실적을올렸지만 올해는 4백억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지난달에만 32억원어치를 수출했다.최근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세라믹비즈'란 TV 신부품을 개발, 곧 생산에 들어간다. 감원한파는없었다. 되레 이달들어 종업원 10명을 증원했다. 물량을 늘리기 위한 생산설비도 증설 중이다.이재건 전무는 "세계일류의 제품경쟁력에다 수출호기까지 겹쳐 현재 생산설비로는 주문을 못따라갈 정도"라고 설명한다.

PET병의 소재인 '칩'을 만드는 동국무역 구미2공장. 야간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얼굴에서 감원의 공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달에 평균 1천만달러를 수출하던 이 업체는 지난 10월부터 수출이 이전보다 20~30%%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1천2백80만달러를 벌어 들였다. 수출이늘어나면서 재고가 쌓일 틈이 없다. 그날 생산한 것은 그날 선적하기에 바쁘다.이수문 동국무역 부장은 "주문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어 작년에이어 또 다시 설비 증설을 검토중"이라고 말한다.

특수못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경북산업. 환율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자 뒤늦게 내수에서수출로 판로를 돌렸다. 지난달에는 1백20만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한때 재고도 많았지만 지금은 수출주문이 쇄도, 80명의 '수출전사'들이 못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LCD 박판유리 코팅생산업체인 (주)나우테크. 역시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 내기 위해 쉴틈없이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업체측은 이같은 기조가 유지된다면 올해는 작년의 2배 가까운 70억원의수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인상이 수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그러나 구미공단내 모든 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업체가 동남아 위기 등으로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IMF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첨단기술 개발과 꾸준한 품질관리. 그것만이IMF시대에 살아남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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