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수업을 받고있는 러시아가 요즘 미국보다 더 철저한 '자본주의 외교정책'을 펴고있어 서구진영을 놀라게 하고있다.
지난 91년 소련이 붕괴되기 전만해도 러시아의 모든 문제는 공산당이 관장해왔다. 당시에는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데올로기가 무너져내린 공간을 기업가들이 차츰파고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경제입김'이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고있다.지난 걸프전때만해도 러시아는 사담 후세인의 반대편에 섰다. 그런데 미국이 주도하고있는 이번이라크침공플랜에 대해서는 명백히 미국의 반대편에 서있다. 오히려 이라크를 두둔하는듯한 발언을 서슴지않고있다. 몇년만에 외교정책이 완전 뒤바뀐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게했는가. 물론 이번 외교무대의 주인공은 정유회사들이다.
이들은 이미 이라크와 대규모 유전개발을 약속해 놓았기 때문에 바그다드와의 불편한 관계를 원치않고있다. 최근 거대기업으로 떠오르고있는 류코일 정유회사 드미트리 돌고프 대변인은 "미국의제재가 풀리기만한다면 2개월내 모든 시설을 이라크에 투입할것이다"라며 걸프만에 감돌고있는전운을 안타까워하고있다.
이렇듯 미국에 맞설 경제대국을 꿈꾸는 러시아는 요즘 기업들의 천국이다. 국내 최대 사기업인 가즈프롬(Gazfrom)사를 비롯 신생 정유회사인 류코일과 유크시의 규모는 미국정유회사를 능가하고있다. 모스크바에 본거지를 둔 SBS-아그로, 모스트, 메나텝, 온엑심뱅크등 금융기관은 이들의 자금줄이다. 뿐만아니다. 류코일은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신문인 이즈베스티아의 대주주다. 가즈프롬의 언론 장악은 더욱 극성스럽다. 두개의 방송국과 한개의 신문사를 거느리고있다.그래서 업계의 영향력은 외무부를 압도하고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고슬라비아의 세르비아민족과 우호를 지켜오고있었다. 그런데 최근 가즈프롬사가 사용료를 올려주지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세르비아민족에게 처음으로 협박을 가하기 시작한것이다. 이에 놀란 세르비아정부는러시아 외무부가 아닌 가즈프롬 렘 비야키레프 국장에게 특사를 보내 문제를 해결했다. 석유가 풍부한 카스피해지역에 대한 외교정책에도 외무부는 힘이 없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은 터키와 미국의 간섭을 피하기위해 외부적으로는 '제로섬 전략'을 추구하고있지만 이미 류코일은 국제 콘소시엄을 구성, 이윤을 챙기기위해 외국기업과 활발한 합작투자를 하고있다. 옐친의 오론팔인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는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속해있지만 흑해의 전략기지인 세바스토폴항구를 경제식민지화해야한다며 한술 더뜨고있다.
최근 러시아에 유행하는 '루블화가 최고(Roubles talk)'라는 말처럼 이제 러시아는 '글라스노스트'를 지나 경제테크노크라트의 시대로 접어들고있다.
〈尹柱台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