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손수 가꾼 배추를 며칠간 시장에 내다 팔아 50만원을 벌었습니다. 회사 다니며받던 몇달치 월급 보다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땀이 범벅인 얼굴로 위귀환(魏貴煥.36.포항시 흥해읍 마산리)씨는 환하게 웃었다.
12년간 다니던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를 그가 그만 둔 것은 지난 4월초. 남들 처럼 쫓겨난것이 아니라 스스로 퇴사의 길을 선택했던 것. 주위 사람들은 펄쩍 뛰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스스로 사표를 쓰다니 미쳤느냐"
그러나 위씨는 IMF 한파로 움츠러든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판승부수를 걸었다. "직장 생활로는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농사로 뭔가 갈림길을 만들 작정입니다"
"비닐 하우스 6동을 연간 1천만원에 빌렸지요. 4개동에는 토마토, 2개동에는 배추와 무.오이를 심었습니다. 처음 배추를 팔아 50만원을 받자 농사일을 거부하던 아내가 더 좋아했습니다.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아내도 함께 새벽 죽도시장에 나가 직접 소매를 했지요"며칠 뒤면 토마토를 따기 시작한다고 했다. 지금 시세대로면 2천만~3천만원은 받을 수 있을것으로 위씨는 기대했다. 그의 꿈은 2천평 정도의 '내땅'을 마련하는 것. 농사 경험이 전혀없어 작업과정에서 어려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옆집 비닐하우스나 농촌지도소로 물으려 다녔다. 포항 농촌지도소 임용대 계장은 임씨의 열성을 "가슴이 뭉클할정도"라는 말로 대신했다.
위씨와 비슷한 연배의 김주호(金注鎬.34)씨 역시 10년간의 부산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작년10월 귀농한 경우. 고향 문경시 산북면 회룡리에 2천5백평 논을 물려 받았지만, 김씨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않은 영지버섯 농사를 선택했다.
"지난 6개월의 귀농 시간은 인근 친구들 조차 만나지 못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힘들여 영지버섯을 승부 작목으로 선정하고, 전문 지도사를 매일같이 찾아 다니며 개량 단목 재배법을배웠습니다"
국가가 무이자로 3년간 지원하는 농업현대화 자금 1천만원을 지원 받아 하우스 2동(2백평)을 짓고 20t의 원목을 25㎝ 크기로 잘라 종균을 접종, 지난 6.7일 이틀간 묻는 작업까지 마쳤다. 오는 8월이면 3백50kg을 생산, 투입한 1천만원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 내년부터 2년간 수확분 1천5백만원은 고스란히 순수입이 되는 셈이다. 김씨는 내년쯤 지금의 4배 정도로 하우스를 더 키워 연간 3천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릴 계획을 짜고 있다.
부인(34)도 이제는 "기꺼이 농사일을 배워 남편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네살바기, 두살바기 두 딸 때문에 동네사람들 역시 "10년만에 아기 재롱을 보게 됐다"고 기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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