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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지난해 가을 이전까지만도 거리에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를 알리는 전광판이 내걸렸고,그 화두는 당연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였다. 그러나 그 꿈과 기대감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우울한 세기말에 한반도에서는 '지금은 경제를 살릴 때'이며, '문화 마인드'라는 말 자체마저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우리 삶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문화'는 점점더 변두리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살기 어렵게된 요인이 오히려 거기 있지 않았는지 자성해볼 필요도 있으리라고 본다. 근래에 정부가문화사업 민간위탁 계획을 발표, 문화계가 크게 반발했다. 기획예산위원회가 이 계획을 발표한 뒤 반대성명을 낸 문화관련 단체만도 20여개에 이르렀다. 외부자원 활용으로 정부사업의경쟁력을 높인다는 원칙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될 경우 국립 문화예술기관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국민의 문화복지나 사회교육의 기회도 크게 줄어들것은 뻔하다. 최근 문화관광부도 기획예산위원회의 계획은 '문화정책을 시장원리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립 문화예술기관의 완전 민영화는 국가 기본직무의 포기'라 堰 대부분의 사업을 현행대로 운영하되 극히 일부 업무만 민간위탁하자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위원회는 '계약.위탁 등 민.관 경쟁체제의 도입을 통해 서비스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데 본뜻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문화사업 민간위탁계획의 위험성은 무조건 경비절감부터 하고 보자는 시각에서 출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정부는 문화계의 목소리와 실무자들의 견해를 주의깊게 듣고 잘못된 정책은 수정하는아량도 가져야 할 것이다. 작은 정부의 경쟁력 제고가 문화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서는 곤란하며, 문화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정책은 분명 경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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