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량산 육육봉을 서예공원으로"

서예유적이 산재한 경북 봉화군의 도립공원 청량산 육육봉(六六峯)을 서예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지역 서예계 일각에서 제기돼 관심을 끈다.

서예인들과 서예애호가들의 금석문 동호인모임인 한국금석문감상회(대표 김봉호·서예가)는청량산에 신라명필 김생의 수도장 등 서예관련 유적들과 일화들이 있고, 12봉우리의 이름이서예와 관련깊은 점 등을 들어 이 일대를 서예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최근 경북도측에 건의했다.

경북도는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이의근 도지사가 지난 지방선거당시 청량산 등을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소수서원의 창건자 주세붕이 12봉을 명명했다고 전해지는 청량산은 봉화·안동군에 걸쳐 있는 명산으로 행정소재지는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서성(書聖)으로 일컬어지는 명필가 김생이수도했던 김생굴, 김생의 먹물이 물빛을 검게 물들였다는 묵탄강(墨灘江), 김생글씨로 새겨진 랑공대사백월비(朗空大師白月碑: 서울의 국립박물관 보관)가 있었던 자리, 퇴계가 공부했던 서당인 오산당(五山堂: 淸凉精舍), 명문장가 최치원이 머물렀던 고운대(孤雲臺)) 등 다수의 서예유적이 있다. 이밖에 원효대사가 물을 길었다는 원효정(元曉井)과 공민왕이 홍건적을피했다는 왕궁사(王宮寺)와 오마대(五馬臺)등의 유적도 있다.

주세붕의 문집 '무릉잡고원집'(武陵雜稿原集)에 나오는 12봉우리의 이름도 최치원의 이름을딴 치원봉(致遠峯), 뛰어난 글씨라는 의미의 탁필봉(卓筆峯), 벼루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의연적봉(硯滴峯) 등 서예와 관련있는 이름이 여럿있다. 역시 '무릉잡고원집'의 시에 나오는경일봉(擎日峯)과 자소봉(紫宵峯) 등과 의상대사의 유적인 의상봉(義湘峯)도 이 산에 있다.금석문감상회의 이봉호대표는 "서예관련 유적이나 일화가 국내에 이만큼 한자리에 집중돼있는 곳이 없다"며 "서예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서예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빛나는 우리 서예문화의 향기를 접할 수 있는 명소가 될것"으로 전망했다.이씨는 등산객들에 명필의 글씨도 감상하고 길안내도 될 수 있게끔 묵탄강엔 김생의 글씨를 집자한 서예비, 치원봉엔 최치원의 서예비, 탁필봉과 연적봉 등엔 이를 다룬 주세붕의 시를 새긴 시비 등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또 서예관을 두어 역대 명필의 필적과 금석문, 암각화 등의 탁본이나 복사본 등을 상설전시하면 종합적인 서예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것이라는것.

청량산이 서예공원으로 조성될 경우 세계에서 유일한 서예공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취푸(曲阜),시안(西安), 카이펑(開封) 등에 명필의 비석숲(碑林)을 조성, 세계적인 관광명소가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당국자는 서예공원조성에 대해"경제난국 등으로 당장 실현하기는 힘들고 앞으로관계문헌 보강, 예산확보 등을 거쳐 도립공원 정비계획에 포함시켜 추진해볼 것을 검토하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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