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碧眼)의 여성 아드리안느에게는 우리 국악이 단순한 호기심거리가 아니다. 가야금,단소연주를 배우려는 외국인은 간혹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꺼리는 국악기 제작과정을 배우려는 서양 이방인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드리안느 쿡(23). 지난 2월말 대구에 와 한국전통국악기연구제작소에서 4개월째 국악기 제작수업을 받고 있는 프랑스 아가씨다. 그녀가 국악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옥스포드대출판부에서 발간된 키이스 하워드의 '한국의 악기'를 읽은게 전부. 대학도서관에서 국악기사진이 실린 이 책을 보고 배워보겠다는 의지하나로 무작정 한국에 왔다. 대학에서 음악과중국어를 전공,동양문화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생소한 먼 나라.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그녀를 대구까지 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구에 오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문화재관리국을 통해 무형문화재 제42호 이영수씨등 서울의 악기장들을 소개받았지만 모두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언어소통문제와 여성이라는게 거절 이유. 수소문끝에 대구의 제작연구소와 선이 닿았다. 그녀의 의욕을 높이 평가한 신재열소장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
현재 범물동의 아파트에 같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매일 오전 9시면 자전거로 대명11동에 있는 국악기연구소로 출근한다. 신씨의 지도아래 하루 5-6시간 가야금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원목 톱질이며 대패질,가야금 윗판 재목인 오동나무에 결따라 나무색을 내는 윤두질까지등 모든 제작과정을 조심스레 익혀가고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신소장은 늘 불안하다. 혹여 기계를 다루다 다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벌써 손 이곳저곳 생채기 투성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 좀더 적극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선뜻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배우려는 의욕이 지나쳐 이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게 신소장의 하소연. 하지만 "직접 손으로 해보려는 적극성과 시킨 일은 정확히 해내는 책임감은높이 살만하다"고 신소장은 말한다.
안족,현침,봉미,부둣질등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제작용어는 그에게는 골칫거리. 사전을 펴놓고 하나씩 뜻을 찾아 이해하고 외워보지만 그리 쉽지 않다. 틈틈이 공부해온 한국말도 아직 인사말 수준이어서 어려움이 많다.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깊이 알지는 못해요. 시간을 갖고 하나씩 배울 생각입니다"라는 그녀의 말에서 배움에 대한남다른 의지를 읽게 한다.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드리안느는 파리대학 교수인 화학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든든한후원자다. 이따금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부모님께 배운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김치,불고기등 매운 한국음식도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그녀가 예정한 연수기간은 1년6개월. 하지만 또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이 그녀 앞을 기다리고 있다. "가야금제작과정을 마친후 중국에서 비파만들기를 배울 생각입니다. 그후에는 프랑스로 돌아가 바이올린제작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