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돈 소비 향락에 몰린다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생산활동은 크게 위축되는 반면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향락분야엔 돈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사회구조의 왜곡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장과 같은 산업분야엔 신규 투자가 급격히 줄어 생산기반이 붕괴조짐마저 보이는데도 음식점, 술집, 여관은업소수가 증가세를 나타내는 양극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4분기동안 대구지역에서 신규 등록한 공장은 1백55곳, 폐업한 공장은 92곳. 이같은 수치를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신규 등록 1백74곳, 폐업 60곳과 비교하면 새로 설립된 공장은 주는 대신 문을 닫은 공장수는 느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시 한관계자는 "실제로 휴·폐업 상태에 이르고도 행정기관에 폐업신고를 않은 공장까지 합칠 경우 문을 닫은 공장수는 훨씬 많다"며 "가동중인 공장 역시 IMF 이전보다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생산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음식점, 술집, 여관 등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 의하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대구시내 음식점은 2만2천8백82곳으로 지난 1년동안 9백52곳이나늘었다는 것. 대구시 통계에서도 올초 2만6천9백64곳이던 일반 음식점이 6월말엔 2만7천2백35곳으로 증가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한 관계자는 "IMF 한파 이후 시민들의외식비 지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 외식시장이 된서리를 맞았는데도 일부 퇴직자, 실직자들이소자본으로 경험이나 기술없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음식점 영업에 뛰어들어 음식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휴업한 음식점이 올 상반기동안 3천8백여곳으로 지난해2천8백여곳보다 1천여곳이나 느는 등 무분별한 투자→영업 부진→휴·폐업 속출이 악순환되는 부작용마저 낳고 있다.

단란주점도 6월말 현재 3백59곳으로 지난해말보다 5곳, 여관은 1천2백18곳에서 1천2백23곳으로 조금씩 늘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대구지역의 생산활동은 빈사상태에 빠졌는데도 이른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엔 돈이 몰려 '헛 투자'되는 현상이 IMF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있다"며 "가뜩이나 소비도시인 대구가 이렇게 가다간 치유불능상태에 이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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