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밤 한국의 서울과 중국의 연길에서는 두개의 색다른 공연이 동시에 열렸다. 한쪽은 8.15광복을 축복하고 '제2의 건국'을 선언한다는 '나라사랑, 국민화합음악회'였고 한쪽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립예술단'의 중국 순회공연이었다. 광복 53년, 건국 50년이 되도록 아직 우리 민족은 똑같은 역사적인 기념일에도 서로 등을 돌린채 문화예술의 마당 마저 따로 판을 벌이는 갈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연변땅의 2백50만 동포들은 KBS 위성방송으로는 한국의 제2건국 경축음악회를 구경 하고 연길 예술극장 무대에서는 북한 국립예술단의 장고춤을 직접 또는 연변 TV로 감상했 다. 그러나 4천만 남한, 그리고 북녘의 2천만 동포만은 분단된 문화의 한쪽 단면만을 감상한 셈이 됐다.
이날 저녁 연변 예술극장 객석에 앉아서 북한 무희의 칼춤을 보며 잠시 남북간의 오랜 '문 화의 분단(分斷)'이 가져올 민족 동질성 파괴가 훗날 얼마나 무서운 모습을 하고서 다가올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성냥곽을 한쪽 면(面)방향으로만 계속 보여주면 어느새 성냥곽은 육 면체가 아닌 '평면직사각형으로 생긴것'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선전 논리 라고 한다. 남북 어느 쪽이 더 많은 인식의 오류에 빠져 있는가를 질량으로 따져낼 필요는 없겠지만, 서로가 건국50년간 조금씩은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불균형인식상태에 빠져 들어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양극화된 남북의 정치분위기나 문화를 자유롭게 접하고 느낄수 있는 연변동포 와 일부 해외동포.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기울기없이 인식할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다. 가끔씩 그들이 충고해주는 우리쪽의 문화적 정치적 오만이나 모순에 대해서 고개가 끄덕여질때가 있는것도 가운데 서 있으면서 양쪽을 대비해볼수 있는 그들의 입지와 어느정 도 중립적인 시야가 설득력을 지닐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의 제2건국음악회와 북한 국립예술단의 공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여건속에 서 키운 정서나 문화적 감성에서는 편향적인 쪼개짐이 적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보다 경 제적으로 잘 살았고 또 몇년간 백두산 관광지를 누비며 그들앞에서 오만스레 떵떵거렸던 우 리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IMF같은 창피함보다 더 큰 부끄러움은 정치든 문화든 어른이든 젊은이든 어느 구석에서나 편향된 다툼으로 쪼개지고 갈라져 있다는 현실이다. 양면적(兩面的)인식 훈련이 덜된 분단역 사에서 얻은 병인지 모르나 지금우리로서는 성냥곽을 직사각형으로 인지하는 치우친 시각의 분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2건국이란 말도 결국은 민족전체의 통합과 화합 그리고 한묶음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뜻일 것이다. 당장 우리쪽부터 갈래갈래 흩어진 채로는 제2, 제3의 시도를 해도 진정한 통일 한국을 주도하는 건국은 이뤄낼 수 없다.
당장 금강산 관광사업 하나부터 우리는 갈라지고 있다. 현대와 통일그룹이 누가 먼저 배를 띄우느냐는 싸움이나 상임위원장 감투를 놓고 갈라지고 다투는 여.야 정치권의 분열도 제2 건국정신과는 한참 먼 상황이다. 현대 자동차 노사의 분열과 통일대축전을 두고 분열된 한 총련 학생세력의 갈라짐은 젊은세대에조차 편향된 다툼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제2건국의 케치프레이즈인 나라사랑.국민화합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이러고서야 무슨 수로 제2의 건국을 하려는 건가.
남북지도자 정치권, 학생, 노동자, 지식인 모두가 크게 생각하고 좀더 멀리 내다보자. 제2건 국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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