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몇 주 전의 일이다.

나른한 오후 깜빡 잠이 들었는데, 희미한 전화벨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세요, 선생님 저 기억나세요. 저는 ○○○입니다". 잊고 있었던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나는 1985년 지독히도 춥던 성탄절과 까까머리 한 소년을 떠 올렸다.

우리들은 성탄절 준비로 매우 분주했었고 특히, 음악에 재능을 보이던 그 소년의 활약은 대단했었다. 성가대 연습과 성탄축하찬양을 준비하면서 그 소년은 너무나도 진지했었고 그를지켜보고 있던 나는 흐뭇함을 감출수 없었다.

"그래, 어떻게 지냈어? 지금은 어때?"나의 물음에 그는 음악대학을 졸업했고 유학준비도중사고로 인해 많은 좌절을 겪은 이야기며, 지금은 자그마한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로, 선교중창단운영으로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시절 나와 함께 했던 교회 성가대와 그시절 불렀던 찬송가를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연주무대에 대한 미련은없으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왜요, 처음의 좌절은 말로 할 수 없었어요. 한참을 방황했었고하나님만을 찬양하고 하나님 뜻대로 산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느냐고 원망도 많이 했었지요. 죽을려고 생가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도중에 하나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아들아, 인생은 한낱 여행에 불과하다 라구요. 지금은 미련없어요" 인생을 하나님께로 향하는 길고 긴 여행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위로와 격려를 얻었고 지금은 찬양의 씨를 뿌리고 있다는 그의 맑은 목소리와 짧은 담소를 나눈 뒤에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후에도 나는 한참동안이나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옛날 내가 뿌렸던 찬양의 씨앗이 바로 자기라며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의 목소리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교회음악이란 것이 신자들의 찬양이며 이 찬양은 하나님을 향하고 이웃에게 감화를 준다는 것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는 '씨앗'이며 교회음악인은 그 씨앗의 포교자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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