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대그룹 빅딜 타결 의미 전망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5대 그룹 빅딜(대규모사업교환)의 윤곽이 완전히 드러났다.지난 1월21일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이 빅딜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7개월여만이며 지난 6월19일 5대 그룹 총수가 자율적인 빅딜 추진에 합의한 이후 2개월여만의 일이다.

그러나 국민앞에 모습을 나타낸 빅딜은 사업을 맞교환키로 했던 당초의 결의는 간데 없고업종별 단일법인 설립, 경쟁업체간 합병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으로 등장했다.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더라도 5대 그룹간 사업을 교환해 주력 업종위주로 사업구조를재편, 국제경쟁력을 갖자는 당초의 빅딜 의지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는 분석이 정부뿐만아니라 재계 일각에서도 이미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석은 업종별 구조조정 내용을 보면 설득력을 갖는다.

우선 계열사간 통합을 통한 단일법인 설립이 단연 많다. 항공, 철도차량은 5대그룹내 관련계열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단일법인을 설립키로 한 경우다. 반도체, 유화는 5대 그룹내 2개그룹간의 계열사 통합으로 결론이 났다.

6대이하 그룹들은 벌써부터 5대 그룹간 단일법인은 각 그룹의 적자사업을 떠넘기는 대안일뿐만 아니라 5대 그룹간 담합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해결을본 경영권 문제도 언제든지 시비거리가 될 수 있으며 전국으로 흩어진 사업장 운영 문제,하청기업 문제, 상호출자, 채무정리 등의 산적한 현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방안이 없는 것도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비(非)5대 기업이며 민영화 대상인 한국중공업을 축으로 구조조정 방안이 결정된 선박용엔진과 발전사업은 5대 그룹간 자율적인 빅딜 논의의 원칙을 깨고 정부가 한중 민영화를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개입이 사실일 경우 과거 현대양행의 전철처럼 훗날 관련 그룹의 원상회복요구가 잇따르는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다 지난달 말 구조조정 대상에 뒤늦게 포함된 정유업종은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인수키로 가계약을 맺은 뒤에 구조조정 대상업종에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엄밀히 말해 이번5대 그룹 구조조정의 결실로 보기 힘들다.

5대 그룹과 전경련은 이런 지적에 대해 중복· 과잉의 악령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았으나 국민과 정부에 약속한 시한이 임박한데다 자산실사, 고용승계등의 부담이 많아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5대 그룹은 나아가 빅딜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 무형의 압박을 가한 정치권과 정부때문에이런 졸속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정치권과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7개 업종 구조조정안 마련은 향후 기업구조조정을가속화할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부는 이번 빅딜에서 제외된 5대 그룹 계열사중 상당수 기업을 2차 퇴출대상 기업으로 꼽고 있다.

또 내달이면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재입찰 결과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나고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중견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조만간 완료될 전망이다.이와 함께 과잉투자 논란을 빚고 있는 방위산업, 이동통신 업종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작업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이번 7개 업종 구조조정 합의를 계기로 바야흐로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5대그룹 구조조정 추후 과제

▲자동차:기아 국제 입찰 재유찰로 인해 기아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 현대, 삼성,대우간 협의 시작.

▲반도체:현대전자와 LG반도체간 일원화를 위한 지분율 협상 계속.

▲유화:대산단지 현대석유화학 및 삼성종합화학 통합 이후 출자전환과 외자유치. 울산 및 여천유화단지 구조조정 추진.

▲항공기:단일법인 외부 전문경영인 및 사외이사 영입. 삼성, 대우, 현대 등 3사 공장 계속존속 여부 결정.

▲철도차량:현대, 대우, 한진 등 3사 지분율 협상 및 외자유치.

▲발전설비:현대중공업과 한국중공업간 일원화 협상 계속.

▲선박용 엔진: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의 관련 시설 처리 여부 결정. 한국중공업 민영화절차.

▲정유:한화에너지 부채 2조5천억원 처리 방안 결정.

▲조선· 건설중장비· 철강· 공작기계:5대 그룹과 그외 희망하는 기업간 협의를 통해 과잉· 중복투자 해소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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