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2002년 대입제도 개선시안은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는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원천적으로 바꾸는 발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주목된다. 크게 봐서 고교교육 정상화, 대학의 선발권부여, 망국적인 과외병의 치유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케 한다.이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우수학생 개념이 크게 달라진다. 수능과 내신(생활기록부) 등 성적위주의 줄세우기에서 특기.품성.잠재력.창의력.소질.장인정신 등이 중시돼 특정분야 우수 학생의 입학이 한결 쉬워지게 된다.
현재 중3이 고1이 되는 1999년부터 생활기록부는 교과성적만 중시하지 않고 특기, 각종 활동과 성취도 등을 반영하게 되며, 수능도 현행 틀을 유지하되 부분적으로 보완된 뒤 최소자격 기준으로만 활용돼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학생들의 교과성적과 비교과 활동, 특별활동과 봉사활동을 포함한 전체를 평가하게 돼 사고력과 창의성을 죽이는 현행 암기형 점수따기식 입시교육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선안이 제도화되면 연중 수시모집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 정시모집과 이원화체제를 갖추게 되는가 하면, 시험 성적순의 특차모집 전형을 폐지함으로써 우수학생 유치경쟁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00년부터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수보다 적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의 특성화는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도 대학들의자율적 선발권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주관적 평가의 공정성 확보와 대학의 다양한 전형 기준이 마련이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또 개선안은 일선 고교의 혁신적인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고교는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돼 있는 점도 문제다. 교사들은 당장 내년 고1부터 시험보다는 수업태도나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관찰해 평가하는 '수행 평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모든 교사들이 객관적인 수행평가를 할 수 있을는지도 우려되며, 교사의 자율판단에 맡겨지는 수행평가가 다시 치맛바람을 부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학들도 주관적 판단 요소가 많아지고 자율권도 대폭 확대됨에 따라 부패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으므로 공정한 선발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이 개정시안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제도화되겠지만 현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강하게 실린만큼 귀추가 주목기도 한다. 여건이나 여론에 밀려 중도폐지되지 않고 더욱 보완돼 교육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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