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직일기-퇴출은행 식당아줌마의 "퇴출"

실직이란 말이 나에게도 해당될는지. 내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쉰일곱. 퇴출이란 이름으로 이제는잊혀지고 있는 한 은행지점에서 식당일을 했었다. 장래가 촉망되고 젊고 패기 넘치던 그들. 이제는 퇴출은행 직원이 됐지만. 아들같고 딸같은 열여섯명 직원들. 하나같이 착하고 친절했다. 비록점심 한끼일망정 그들과 나누는 대화는 정겨웠다.

끼니마다 메뉴를 바꿔가며 식단을 짤때면 '맛있다'는 말을 잊지않았던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돈도 얼마 안되고 힘드는 일이지만 그저 즐거웠는데. 우리는 떠나더라도 아줌마는 계속하셔야 할텐데하며 자기 걱정 제쳐두고 내 걱정하던 사람들이 어느날부터 보이지않고, TV속에서 장대처럼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시위하는 모습을 볼때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내 나이 서른아홉에 혼자 삼남매 데리고 울며 살아왔는데 아직도 눈물이 남았는지. 퇴출은행 때문에 나도 실직자가 된 사람중에 하나다. 마음을 놓으니 아픈데는 어찌나 많은지. 아무리 마음을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해도 안된다. 병원을 가고 침도 맞아보지만 잘 낫지 않는다. 퇴행성관절염이란다. 몸은 귀골이고 팔자는 천골이란 말이 어찌 그리 잘맞는지. 관절에 좋다는 수영. 나에게는그림의 떡이다. 미혼인 아들, 딸이 있는데. 아직은 벌어야 하는데 생활정보지를 뒤적거려도 나이쉰을 넘긴 아줌마를 구하는 일자리는 없다. 실직자를 위한 공공근로사업에도 신청을 했지만 동사무소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언제쯤 그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갈 곳 없는 우리 직원들. 그리고 죄없는 그들 가족들. 제발 새로운 직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웃으면서 살아가길 기도하겠다.

〈대구시 동구 신암3동 최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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