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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에 보낸 성품 필요하지 않은것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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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하는데 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시린겨울이 될 것 같다.

곧 연말이니 뜻 있는 기관.단체에서도 불우이웃돕기로 여러 시설 등을 방문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지난달 학생들과 모 시설에 봉사활동 갔던 일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다.그 곳은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이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봉사활동할 일을 배정받았다. 교사인 나도 몇몇 학생들과 창고에 가서 물건 정리를 하게 됐다. 어느 기관(?)에서 추석 선물로 보내온 물건인데 큰 박스 세개안에 들어있는 속옷과 양말을 성별, 크리별로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우선 큰 상자를 뜯으니 색지로 싼 작은 상자가 나왔다.

그 안에 양말, 위아래 속옷이 세트로 들어 있었다. 양말과 속옷이 크기별로 9종류는 족히 되었다.거기에다 남녀의 것으로 나누니 18가지나 됐다.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속옷은 얼핏 봐도 이곳에 있는 사람이 입기에는 부적절할 크기와 모양이었다.

마침 관리하는 직원이 들어왔기에 왜 이런 물건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알 수 없단다. 그냥 와서 주고 간 것이라 받았는데 이런 도움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고 한다. 이런 모양의 속옷은이곳에 있는 수용자들에겐 아무래도 부적합할 것 같다니까, 차라리 재래시장에서 파는 1, 2천원정도의 싼 속옷이 훨씬 좋다고 한다.

그럭저럭 두 시간 남짓 허리가 아프도록 분류해놓고 보니 상자, 색지 등 종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이것도 적지 않은 물자낭비다 싶었다. 밖으로 나오니 많은 장애인들이 짝도 맞지 않는신발을 아무렇게나 신고 다니며 우리를 반겼다.

돌아오면서 그곳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고 선물을 들고 방문했다면 이같은 불만이 생기지는 않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불합리한 일이 비교적 의식있다고 하는 기관(?)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게 못내 아쉬웠다.

유신옥(대구 경일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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