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관료주의의 높은 벽

얼마전 미국의 루빈재무장관이 그만두겠다고 발언하자 단박 미국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94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회장에서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금융자본주의로 미국경제를 튼튼하게 일궈 놓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장관기용 성공사례는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업계에 쌓은 경험은 관료사회에서는 걸림돌이 될 뿐인가. 이번 배순훈장관의 사표는 여러가지를 암시해준다. 『국산기술 개발보다 외국기술 활용이 더 효율적』이라는 그야말로 간단한 그의 경제논리도 무조건 '국산애용'이라는 정치논리에 눌리고 만다.

종합적으로 보면 전문경영인의 능력이 관료주의 텃세에 밀려났다고나 할까. 오죽했으면 미국MIT대학의 돈 부시교수는 워싱턴의 세미나에서 "한국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관료들을 모두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라고 말했을까.

하긴 배장관 본인도 한국적 현실에서는 너무 많은 '언론자유'를 누린 것도 사실이다. 그 역시 "한국관료들을 아에로플로트에 태워 외국에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아에로플로트는 자주 떨어지기때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탱크주의라는 별명답게 소신 발언을 했다. "생산량의 95%를 수 銖求 대우전자를 빅딜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며 사견임을 전제하고 전경련월례조찬회에서 현정부의 빅딜을 평가절하했다.

빅딜은 국내외의 많은 경제연구가들로부터 비판받는등 현정부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다.그런데 장관이 또 비판발언을 했으니 대통령으로부터 '사려깊지 못한 얘기'로 평가 받을 수밖에.결국 개혁의지가 약한 장관으로 낙인 찍혀 자리를 물러났다.

국민정부역시 다양성은 혼란으로 인식되는 모양이다. 이론상으로는 일사불란은 산업화시대에서는선이었으나 정보화시대에서는 악인데도…. 우리 정치는 아직 산업화시대에 머물러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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