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봉주(28·코오롱)가 방콕 타마삿대 육상트랙에 1위로 들어오는 순간 '노장' 정봉수 감독(63·코오롱)의 첫 마디는 차가움이 느껴질 정도로 무뚝뚝했다.
골인후 달려오는 이봉주에게 건넨 말도 "잘했어" 한 마디 뿐이었다.
한국마라톤이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이룬 데에는 이러한 정감독 특유의 고집과 열성이 어려있다.세계기록을 향한 식지않는 야망, 식이요법으로 대표되는 과학적 지도방식, 탁월한 국제감각, 한치의 오차없는 지옥훈련 등도 그를 설명하는 데 충분치 않다.
이봉주의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96년 가을 정감독은 승부사로서최대 위기를 맞았다.
50대들면서부터 앓던 당뇨가 합병증으로 악화, 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것.
시골의 한 사이클선수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길러낸 황영조(28·전코오롱)가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끝내 은퇴한 데 따른 심리적 충격이 컸다.
그러나 정감독은 '독종'답게 한 달여만에 병상에서 재기, 주위를 놀라게했다.
"내겐 봉주가 있다. 선천성 면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나는 믿는다"
모두가 의심했던 정감독의 장담은 결국 올 4월 로테르담에서 진실로 드러났다.세계 4대마라톤으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이봉주는 2시간7분44초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4년전 보스턴에서 세워진 황영조의 한국기록(2시간8분9초)을 깬 것.
87년 20여년간 몸담았던 군을 떠나 코오롱에 입단할 때 이동찬 회장에게 '세계제패의 꿈'을 황영조를 통해 이룬 정감독은 이봉주를 통해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또하나의 목표에 도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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