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승수씨의 황금잉어빵 체인사업

"자세히 보세요. 그냥 붕어빵이 아니라 '황금잉어빵'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통 붕어빵을 취급하는 허름한 손수레들. 그러나 주인들은 꼭 '황금잉어빵'으로불러주길 고집한다.

대구는 물론 포항, 구미, 부산까지 '황금잉어빵'이란 간판이 내걸린 손수레는 무려 230여개. 가스통 하나와 빵틀이 실린 손수레가 고작이지만 모두 황금잉어빵만 취급하는 어엿한 체인점들이다."색깔이 특이하죠? 또 보통 붕어빵은 팥앙금이 가운데만 몰려 있지만 황금잉어빵은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골고루 들어있다고요" 황금잉어빵 장수들의 한결같은 홍보문구다.

황금잉어빵 체인점 사장 김승수(48·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씨. 당구장, 찻집 등을 운영하며 모자란 것 없이 살았다는 김씨는 거리에 널린 붕어빵을 보고 불현 듯 '좀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부엌 출입 한번 없었다는 김씨가 빵굽는 기술을 익히기까지 꼬박 2년. 지난해 5월 처음 시작한황금잉어빵 장사가 지금은 재료를 나르는 자동차 운전수만 10명이나 되는 큰 사업체로 변했다. '황금잉어빵'이라는 상표를 등록한 것은 물론 '빵굽는 비법'까지 특허출원중이다.못해도 월 100만원, 자리만 잘 잡으면 200만~300만원도 거뜬히 남긴다는 게 체인점 주인들의 귀띔.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김씨의 말처럼 황금잉어빵 체인점이 번창할 수 있었던 이유는다른 곳에 있다. 리어카 등 장비를 갖춰 체인점을 내려면 80만원 가량이 들지만 김씨는 한눈에봐서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한푼도 받지 않는다.

"장사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직자들입니다. 비록 손수레를 끄는 일이지만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황금알'을 낚는 일이죠"

막막한 생계와 직면했던 사람들에게 황금잉어빵은 진짜 황금 못지 않게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고있다. 이만하면 김씨가 처음 의도했던 '좀 특별한 일'은 이뤄진 셈이지만 김씨의 욕심은 더 커졌다. 돈을 좀더 많이 벌어서 체인점 회원들과 자녀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게 김씨의 새해목표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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