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에 대한 희망과 세기말의 불안이 교차된 올해 국내 종교계는 각 종단에 따라 화합과 갈등 양상이 엇갈리는 등 어느해 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 였다.
불교계는 조계종 사태의 후유증이 계속되는 등 내홍으로 불교계 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조계종 총무원 사태로 홍역을 겪은 불교계가 법원의 고산 총무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판결에 따라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 또 한차례의 갈등을 겪었다. 통도사 총림해제 결의와 동화사.선본사 점거 사태로 얼룩졌고, 고산 총무원장이 취임 9개월만에 중도하차, 다시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했다.
지역 불교계도 정화개혁회의측의 사찰 점거사태와 비리 고발 등 심각한 갈등상이 빚어졌다. 지난해말 점거사태가 벌어진 동화사는 올들어 '동화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측이 사찰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대립이 여전했다. 또 정화개혁
회의측 승려들에 의해 점거된 경산 선본사의 경우 폭력사태마저 발생, 세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 원로인 일타스님이 입적, 신도들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특히 올해 불교계 내부에서 주목받을만한 새 기류도 있었다. 사찰 운영 및 관리에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불교바로세우기 재가연대'와 같은 전국적인 재가불자모임이 결성된 것은 큰 수확으로 손꼽힌다.
올해 대구 천주교계는 내년 2000년 대희년(大禧年)맞이 준비 등으로 가장 바쁜 한 해였다.
특히 대구대교구가 지난 97년부터 시작한 교구 시노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뜻깊은 일로 기억되고 있다. 대희년을 맞기 위한 교구쇄신의 기회가 됐으며 또 교구가 나가야 할 방향이 처음 신자들에 의해 공동토의됐다는 점에서 교구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2년여에 걸쳐 분과별 회의, 중앙위원회의, 지구별 대의원회의, 총회 등을 통해 활발한 토의를 펼쳤던 교구시노드는 지난 10월 10일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의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밖에 빈국의 부채를 탕감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주빌리 2000운동'과 서상돈 기념상 제정, 사형제도 폐지운동 등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올해 개신교계의 가장 큰 쟁점으로는 단군상.장승 등의 설치를 둘러싼 교계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또는 특정 집단간의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시설물 설치가 '우상숭배'이며 종교 자유를 저해한다고 주장한 개신교계와 민족정신의 고취, 전통적인 상징물일 뿐이라는 관련 단체의 의견이 맞섰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8월 '단군신상 건립반대 및 철거 결의대회'를 여는 등 개신교계의 집단 반발과 함께 단군상 훼손사건이 잇따라 발생, 심각한 종교대립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일부 교단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1999년 휴거설'도 관심을 모았다. 포항 모 교회 신자들의 집단가출 사건이 발생했으나 극단적인 사태는 없었으며 '휴거설'은 큰 사회적인 물의없이 진정됐다. 한편 '고급옷 로비사건'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문
화방송 집단난입사건' 등 사회의 지탄을 받는 사건이 계속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참회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교계 내부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徐琮澈.金重基.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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