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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벤처가 죽어야 벤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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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가 죽어야 벤처가 삽니다"

지난주 서울 출장길에서 만난 한 벤처 사장(39)은 극단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잘 나가는' 인터넷업체를 경영하는 그는, 의외로 국내 벤처업계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생력을 못갖춘 '쭉정이 벤처'가 널렸습니다. 만일 그들이 제풀에 주저앉아 버리면 기껏 어렵게 조성된 벤처 붐마저 사그라들 수밖에 없어요. 옥석을 가려야 됩니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벤처업계의 '거품'은 심각할 정도. 갓 태어난 벤처가 걸음마를 하기도 전에 정부가 무작정 지원부터 해주다 보니, 서울 테헤란로에만 1천500여개의 벤처기업이 몰려 명멸하고 있다. '묻지마 투자'도 극에 달한 느낌이다. 엔젤과 벤처 캐피탈은 물론, 세대 교체된 명동 사채업계의 '젊은 피'까지 가세, 벤처라는 '무늬'만 보고 '수혈'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더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희박한 신생 벤처 중 일부는 금융시장에서 거액의 사업자금을 조달한 뒤 다른 벤처에까지 투자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아쉽게도 다른 벤처 선진국과 달리 우리 벤처산업은 지극히 관(官) 주도적이다. 과열된 '벤처 열풍'을 다스려야 할 정부는 오히려 2005년까지 무려 4만개의 벤처를 육성하겠다고 공언, 부실 벤처 양산을 부추기는 우행(愚行)이나 저지를 뿐이다최근 들어 벤처업계 내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싶다. 신기술 개발과 내재가치 확보는 뒷전인 채 벤처창업을 포커판의 배팅쯤으로 혼동하는 불량 벤처들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노트북을 들고 부산하게 테헤란로를 오가는 젊은 벤처인들의 시선이, 진정한 '벤처정신'과 '은밀한 유혹'중 어느 쪽으로 경도돼 있는지, 한번쯤 따져 볼 시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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