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죽이는 길은 많다. 그건 지금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구를 살리는 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지구라는 말만 나오면 엄숙하고 도덕적이 되는 거다. 세제도 덜 쓰고,전기도 아끼고, 무공핸지 아닌지 골라먹고,신문에 환경이라는 말만 나오면 재미없어도 한 번 더 읽고,환경단체에 가입해 후원회비도 내고….
그러나 이런 엄숙·도덕주의는 자주 우리를 지치게 한다. 재활용이 되는 건지 아닌지 매일 헛갈리고,동네서 나 혼자 설치는 것 같고,자동차나 패스트푸드점은 늘어만 가고,그린벨트도 맥없이 풀리고… 거기엔 큰 즐거움이 없다. 이 길이 꼭 필요해 보이나 지속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의 길이 있다. 내가 지금 생명을 지니고 살고 있음을 기뻐하고 감사하고 축하하는 일이다.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생명은 또 얼마나 신비스러운지를 배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자연인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몸이 생명으로 가득한 삶을 살도록 건강도 돌보고, 생기있는 생활이 되게끔 사랑과 춤과 노래를 가까이 하는, 풍류의 길을 터득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인 김지하는 그가 주창하는 생명운동을 율려운동이라 이름하고 생기넘치는 삶 속에서 우주의 원리를 터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나는 음울한 키에르케고르의 길이요,하나는 세상 모든 것을 은총으로 여기는 프란체스코와도 같은 길이다. 하나는 혁명가,하나는 광대와 같은 길이다. 이 두 길은 늘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관념으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23일 중앙로는 온종일 차 없는 거리가 되고, 지구의 날 기념행사가 벌어진다. 대구에서는 낙동강 페놀사건 직후부터 매년 지구의 날에 대구시민생명축제를 연다. 식수오염의 비극을 마음깊이 새기고, 또한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음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를 만든 것이다. 엿새 일한뒤 하루를 쉬듯이 생태계 파괴라는 위기와 비극에 대한 처절한 대응 가운데서도 우리는 희망과 기쁨을 노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사람의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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