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덕규 소설집 '포구에서…', 이순원씨 장편신작 '순수'

소재의 빈곤 현상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소설문학계에서 다양한 소재로 소설창작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

서점에 막 깔린 소설들은 박덕규씨의 소설집 '포구에서 온 편지'(문이당 펴냄)와 이순원씨의 장편 '순수'(생각의 나무 펴냄).

대구출신의 출향작가 박덕규씨는 "자본주의적 세계의 비속화된 삶을 해부하듯 들여다 보는 작품세계"(평론가 방민호)라는 평가처럼 이번 소설집에서도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폭넓은 주제의식을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자본주의 논리를 직접 체험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냉혹한 세계를 그려낸다. '다시 사랑할 순간' 연작과 '한글학자' '세 사람' '열 번째 계단' 등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이 소설집에는 유난히 편지에 얽힌 사연들을 소설화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빛을 던지는 놀라운 감화력을 가진 사랑의 편지와 학창 시절 선생을 향한 증오의 편지가 서로 교차하는 '소설 쓰는 친구'나 고교때 펜팔했던 여인을 찾아가는 '다시 사랑할 순간', 주변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한 여인이 자신을 사랑해준 남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포구에서 온 편지', e메일로 가까워진 귀순자와 일본 여인의 교류를 그린 '세 사람' 등이 그렇다. 작가는 꿈이 거세된 건조한 세계와 편지속에 나타나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대조시켜 현실세계에서 죽음과 파멸의 색채로 나타나는 우리들의 적당주의식 사랑에 경종을 울린다.

한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작가로 평가받는 이순원씨의 장편 '순수'는 사회학적이면서도 도덕적인 독특한 사회성을 보인 '얼굴'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등 초기의 작품과 '수색, 그 물빛 무늬' '은비령' 등에서 보이는 연민과 이해를 통한 타자와의 교감을 지향한 최근의 소설간의 융합을 시도, 사회성과 서정성을 함께 획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연작장편 '순수'에서 작가는 동네 청년들에게 윤간당한 노은집, 일본인 사업가의 후처인 나이트클럽 마담 기숙, 어린 나이에 상경해 갖은 고생을 다한 김윤희 등의 인물을 통해 우리 시대의 풍속과 상처를 드러낸다. 소설의 화자가 만난 이 여자들은 이 땅의 여자들이 겪는 삶의 고통을 대변한다. 그녀들의 아픔과 슬픔을, 램프를 들어 어두운 눈길을 가는 누이를 배웅하는 안타깝고 저린 마음으로 화자는 바라본다. 작가는 눈과 램프, 여자가 있는 풍경을 통해 순수 즉 삶의 정결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성(性)의 사회사로도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작가의 의도대로 '따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가 흐르고 있다.-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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