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작성을 하지 않는 무기장사업자의 소득추계방식인 표준소득률제 폐지는 기장 풍토조성을 통한 세부담 형평성 제고와 과세자료인프라망 구축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소득률제는 무기장 사업자들이 소득세를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수입금액에 평균소득률을 곱해 소득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55년 도입이래 납세자의 신고편의 증진과 무기장사업자의 납세의무 이행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그러나 이 제도는 실제 소득과는 상관없이 정해준 표준소득률에 따라 소득을 산출하게 함으로써 세부담이 불공평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납세자 스스로 소득을 계산해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신고납세제도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세청이 이번에 대안으로 내놓은 기준경비율 제도는 사업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주요경비는 납세자가 증빙을 갖춰야만 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소소한 비용만 정부가 정한 경비율에 따라 필요경비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품, 원.부재료 매입경비와 인건비, 임차료, 지급이자 등의 주요경비는 사업자가 반드시 증빙을 갖춰야 경비로 인정을 받게 된다.
표준소득률제 하에서는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고 수입금액이 같으면 경비지출액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소득금액이 산정됐으나 이 제도가 시행되는 2001년 이후에는 주요경비와 관련한 증빙서류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세부담이 달라지게 된다.예컨대 수입금액을 1억5천만원으로 신고한 김, 박모씨의 경우 기준경비율에 의한 경비는 기준경비율을 20%로 가정했을 때 3천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 매입경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 주요경비와 관련한 증빙을 1억500만원을 모았지만 박씨는 9천만원밖에 입증하지 못했다.
주요경비와 기준경비율에 의한 경비를 더한 필요경비는 김씨의 경우 1억3천500만원이지만 박씨는 1억2천만원밖에 인정을 못받아 박씨의 소득이 김씨보다 많아졌다. 당연히 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준경비율 제도 도입으로 전반적인 세부담 증가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증빙을 갖추지 못하면 세부담 증가를 각오해야 한다.
기준경비율 제도가 시행되면 주요경비 인정을 받기 위해 사업자들이 증빙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돼 거래상대방의 매출자료가 노출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과세자료 인프라망 구축에 청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또 증빙을 갖춘 주요경비에 대해서는 거래당사자간에 상호대사가 가능하므로 확인.검증절차가 따르게 되고 수입금액 누락이 적출되면 원가를 증명하지 않는한 전액에 대해 소득세가 추징된다. 그동안 장부기장 의무가 있는데도 장부를 작성하지 않고 표준소득률제에 편승, 소득을 누락시켜온 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된서리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그러나 사실상 기장능력이 없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수입금액에서 전체 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단순경비율을 별도로 제정할 계획이다.
수입금액에 단순경비율을 곱한 금액을 필요경비로 해 수입금액에서 이를 공제해소득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전체 소득세신고대상 121만명 가운데 소득세추계신고자는 72만명. 이중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자는 20만명, 단순경비율 적용대상자는 52만명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단순경비율 적용대상은 세수측면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연차적으로 축소하고 기준경비율 적용대상을 확대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준소득률제는 소득추계, 단순경비율제는 경비추계일 뿐 결과는 같을 수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표준소득률제 폐지 의미가 퇴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경비율 적용대상 억제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경비율을 낮춰 경비인정을 줄이고 기장사업자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납세자의 전반적인 세부담 증가로 이어질 경우 도입과정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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