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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푸틴의 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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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한말(韓末)이래 한반도는 강대국 외교의 각축장이었다. 러시아, 일본,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구미(歐美) 제국의 신식무기를 앞세운 '함포 외교'앞에 우물 안 개구리 격이었던 조선 조정은 속수무책이었고 이 땅은 갈가리 찢겨 나갔다. 일본은 을미사변으로 민비를 시해한뒤 급기야 국권을 강탈했고 러시아는 고종의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친(親)러 파가 득세한 틈을 타 갖가지 이권을 챙겼다. 광복후에는 러시아와 미국의 진주군에 의해 한반도 분단의 비운까지 겪게 됐으니 솔직히 말해 우리 뇌리에 각인된 미.일.러.중 등 4강의 존재야말로 달가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19일 북한을 방문했다. 푸틴은 지금 러시아 연방회의(상원)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데다 체첸 전쟁이 장기화되는 등으로 눈코 뜰새가 없다. 그럼에도 굳이 방문을 강행한 것은 근래들어 한반도에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회복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핵개발 의사가 없다"는 언질을 받아내는데 있는 것으로 압축된다. 만약 푸틴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그와같은 약속을 얻어내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막기위해' NMD(국가미사일방어) 개발계획을 추진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 NMD를 완성하면 러시아의 미사일방어체제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미국이 NMD계획을 포기토록 하는게 초미의 현안문제인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을 방문, 4강외교에 적극 뛰어들고 보니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에는 지금 외교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북미 고위급회담이 19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8월하순께는 북일간 회담이 도쿄서 개최된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잇달아 접촉하는 등 미.일.중.러의 4강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각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 일부 계층이 서로 갈등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바로 100여년전 우리 선조들이 친로(親露)니 친일(親日)이니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다 급기야 국권을 빼앗기지 않았던가. 지금이야말로 자칫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 안되게끔 지혜를 모으고 마음을 묶을 때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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