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구지방법원에는 난데없는 여중생들의 발길이 내내 이어져 법원 직원들은 물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눈길도 의아하게 만들었다. 법원 참관 후 소감문 쓰기를 여름방학 사회과 과제로 받은 신암여중 3학년생들이었다.
법원을 본 여중생들의 첫 인상은 대개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건물이 크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 법원인 줄 알았고 들어가 보니 무서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법정은 "분위기가 너무나 살벌했다. 모두 차갑고 냉정해 보였고, 모두가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기계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고 "지켜보는 것만 해도 떨리는 감정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을 일으켰다.
피고인은 "검사의 말을 들으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되다가도 변호사의 말을 듣다 보니 평범한 사람이거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됐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밧줄을 매는 것은 인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고무신을 신기는 것은 좋지 않은 관행"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판사에 대해서는 "정말 냉정한 생각과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판사의 말 한 마디에 사람의 생사가 달려 있을 수도 있으니 객관적이고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고 법정을 본 후 존경스럽게 느껴졌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백문이 불여일견. 돌아서서 나오는 여중생들에게 법원은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사람들의 불평 없이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장래 희망 선택에서 법률 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도 법원 건물을 보면서 '내가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강한 인상을 받은 학생도 적지 않았다.
윤애자 교사는 "법정이나 재판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서 TV나 영화에서 받은 선입견이 너무 강한 것 같아 현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과제를 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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