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별인수로 가닥 잡은 듯

GM의 대우차 인수전략이 선별인수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9일자 온라인판에서 "GM-피아트가 대우차의 일부 자산을 인수하는 협상을 한국정부와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주 채권단이 법인별 분리매각 방안을 발표한데서 이미 감지됐다. GM과 사전교감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8일 일괄인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GM의 협상용 수사(修辭)에 정부의 희망사항이 더해진 발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M, 국내 사업장에만 눈독=선별인수 대상은 국내 5개 법인과 판매망이 사실상 전부일 것으로 분석된다. GM으로서는 한국시장과 여기서 파생되는 아시아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주시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향후 10년내 200만대의 순증이 예상되는 잠재시장인데다 GM의 글로벌 전략상 월드카 생산기지로서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유럽시장은 이미 GM그룹에 편입된 피아트.오펠이 선점하고 있어 대우차와 중복된다. 특히 대우차가 가장 높은 '상품가치'를 매기고 있는 폴란드 FSO공장의 경우 현지 시장에서 피아트(현지 시장점유율 40%)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아가 GM은 폴란드 현지에 피아트와 함께 파워트레인 생산공장을 공동개발키로 합의한 상태다. 서유럽시장도 피아트와 오펠이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해둬 대우차 현지법인의 인수가치가 높지 않다.

동구쪽 우크라이나와 우즈벡 공장은 시장리스크가 높은게 부담이다.

아시아시장에서는 중국내 대우차 엔진공장이 거론되고 있으나 GM은 이미 상하이에 3천cc급 '뷰익'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역시 중복된다. 인도법인은 현지정부와의 불리한 계약조건이 걸림돌이고 이미 자회사인 스즈키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일본은 이스즈, 스즈키, 후지중공업에 대거 지분참여하고 있는 상태.

이밖에 부실정도가 심한 일부 해외법인은 대우차가 자체 정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우차 국내사업장도 선별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가급적 모두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평공장이 시설노후화라는 약점을 안고있기는 하지만 르망 등 GM의 제조라인이 이미 깔려져있어 설비만 손질한다면 매물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군산공장은 최첨단 자동화설비에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이 용이하고 경차인 마티즈II를 생산하는 창원공장 역시 높은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다. 판매망인 대우자판과 트랜스미션 제조공장인 대우통신 보령공장은 당연히 인수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우캐피털과 쌍용차 평택공장은 현재로서는 인수가능성이 불확실하다.

◇GM '가격낮추기' 시동=GM의 선별인수 방침은 일단 원매자 고유의 전략적 가치판단에 터잡은 것으로 비쳐지지만 그보다는 가격낮추기가 진짜 목적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선별인수시 GM의 '입맛'에 들어맞는 매물만 골라 가져올 수 있는데다 대우차 법인간 유기적 결합으로 창출한 무형적 가치가 송두리째 무시됨으로써 인수가격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정부의 금융논리가 대우차의 '산업적 가치'를 붕괴시키고 있다면서 한시적 공기업화 등 선(先)정상화론을 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인수가가 20억~30억 달러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내업계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예상하고 있다.

GM의 가격낮추기 전략은 '예비실사(Preliminary Due Diligence)' 방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3월부터 두달간 예비실사를 가진 GM이 재차 예비실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명분쌓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예비실사후 40억~50억 달러를 써낸 GM이 다시 예비실사를 하겠다는 것은 가격대를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GM은 예비실사 형식을 통해 포드가 인수포기 배경으로 내세운 '내재적 부실'을 재확인한다는 모양새를 취해 향후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 예비실사는 1차때 보다 예비실사 기간은 단축되지만 곧이은 정밀실사를 감안한다면 실시기간만 3개월 이상 소요될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협상기간까지 따질 경우 내년 3월이전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GM 실사팀은 본사로 돌아간 인원이 속속 복귀하면서 1차 실사때의 100여명과 버금가는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GM은 정부.채권단과 협의를 거치는대로 이르면 금주중 예비실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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