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5일 부실기업 판정결과를 점검하기 위해 채권금융 기관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현대건설 처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며 '출자전환'과 '그룹 차원 자구계획'을 거론, 그 진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자전환론은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 회사를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떼어내는 결과를 얻으면서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기류의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또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 필요론은 정부가 줄곧 형제간 계열분리를 요구해 온것과는 대조적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 등 '정씨일가'의 지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 법정관리 부작용 실감했나= 이 금감위원장은 이날 채권금융 기관장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건설 처리의 대원칙은 법정관리라는데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금감위원장은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비적 대안'임을 전제로 "대주주 동의 아래 감자 및 출자전환을 고려할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현대건설 처리에 대해 정부가 줄곧 강경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현대건설을 떼어놓을 수 있는 방법이 법정관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인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 회장측을 압박, 감자와 출자전환을 받아들이겠다는 동의를 얻어내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하지 않고서도 감자-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건설을 정 회장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감자와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정 회장은 더이상 현대건설의 지배주주가 되지 못하고 현대건설의 경영진도 전면 교체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출자전환이라는 '예비적 대안'을 고려하게 된 것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하도급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건설산업은 물론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계와 재계에서는 정부가 법정관리 처리의 부작용을 실감,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건설 살리려면 '정씨일가' 나서라= 법정관리든 대주주 동의 아래 감자 및 출자전환이든 이는 현대건설이 자력으로는 유동성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처지고 결국 정몽헌 회장이 회사를 잃게 된다는 면에서 같은 결과다.
정 회장측이 현대건설을 잃지 않으려면 그룹 전체 차원의 자구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요구사항인데 이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다.
이 금감위원장은 '그룹 전체 차원의 자구계획'에 대해 "정몽헌 회장 계열의 모든 계열사가 나서야 한다"고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불투명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않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고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금감위원장이 언급한 그룹 전체 차원의 자구계획은 정몽헌 회장이 소유하고있는 계열사 가운데 매각을 통해 어렵지 않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알짜 기업을 과감하게 처분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출자전환'과 '그룹 전체 차원의 자구계획'이라는 2가지 새로운 변수로 현대건설의 처리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재부상한 가운데 금주 초 정몽헌 회장측의 출자전환 동의서 제출여부와 자구계획 내용이 현대건설 처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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