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자의 하나가 '국민'이다. 그런데 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 국민에게 감동을 준 사람은 이승만 전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60년 하야
담화문에 나온 요지가 바로 '국민이 원하면…'이기 때문이다. 이 문자는 당시로서는 얼마나 감동적이었나 하면, 정치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농으로 "국민이 원하면…"하고 농을 주고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문자가 일반인이 아닌, 정치인들이 사용하면 대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여야 지도자를 가릴 것 없이 입지가 궁색해지면 거의 대부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명분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독재정치와 관계가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의 대통령 또한 국민의 이름을 많이 사용한 정치인 중 한 분이다. '국민의 이름으로'가 한동안은 조용한가 싶더니 최근 다시 활기를 띠려 하고 있다.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비교적 젊은 정치인 때문이다. 97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지자, 경선 불복종을 선언했다. 이때 내건 명분이 국민이 자신을 더 지지하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는 어느 특강에서 "(내가)국민의 지지가 있는데도 (대통령)후보가 안 된다면 모두가 불행해 질 것이다"고 또 국민의 이름을 이용했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나 아니면 안 된다'에 시달려 왔던가. 게다가 이를 비판한 사람도 정권을 잡고 나면 거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정치의 앞날이 걱정인 것이다. 국민의 이름이 반드시 좋은가. 아르헨티나를 말아먹은 페론대통령의 인기주의(포퓰리즘)를 봐도 자칫 국민의 이름을 남용하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특히 나라가 위기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영국병에 시달리던 영국을 구한 것은 상식적인 합의의 정치가 아니라 대처총리의 신념의 정치였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제발 국민의 이름 남용을 자제해, 이를 두고 '이인제 병'으로 명명되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서상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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