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11일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절차 등 4개 부문 합의서에 가서명한 것은 남북경협에 새로운 전기로 기록될만하다.
남북한은 그동안 경제협력 원칙에 대해 합의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제도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채택된 4개 부문 합의서는 양측 기업인들이 상대편 지역에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 남북한 공히 상대편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더라도 사무소 등 고정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했다. 예컨대 남측 기업이 북측에 들어가 기업활동을 하지만 지점과 사무소 등 고정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돈을 벌더라도 소득세나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중과세 방지방법으로 소득면제 방식을 채택해 한 지역에서 세금을 물리면 다른 지역에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자 및 배당소득과 로열티 등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이자소득이 발생한 지역에서 세금을 물면 본국에서는 그 차액만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이자·배당·로열티 등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소득 발생지가 어느 곳이든 10% 이하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같은 소득에 대한 세금은 북측 20%, 남측 27.5%다.
합의서 채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항공기·선박·철도 등 남북간 수송수단을 이용한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이 발생한 지역과 거주지에서 각각 세금을 물리되 소득 발생지에서는 세액을 50% 깎아주기로 했다.
연예인과 체육인이 당국간 합의나 승인을 받아 상대지역에서 돈을 벌더라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청산결제 합의서=합의서 채택으로 상대편에 진출한 남북한 기업들은 남과북의 은행을 통해 결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남북한 은행간 환결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남북한 교역에 따른 대금결제가 주로 제 3국에 있는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 환전과 송금에 따른 추가비용은 물론이고 결제과정에서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합의서에는 남북한이 각각 청산결제 은행을 정하고 거래상품 대금과 임금 등 용역거래대금을 청산거래 방식으로 결제하도록 했다. 청산결제 대상 상품은 추후에 정할 계획이지만 원산지는 남과 북으로 제한했다.
이번 합의서에는 특히 청산결제 방식 이외에 남과 북이 지정하는 은행을 통해 일반결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남북한간에 직접적인 환결제나 송금 등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투자보장 합의서=지금까지 남북한간에는 상대방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령이 없었다. 북한은외국인 투자법과 합영법, 합작법, 자유경제무역지대법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남한 투자자에게 이 법이 적용되는지가 불분명했다.
이번 합의서에는 이같은 불안감을 씻어줄만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우선 남한투자자와 투자자산, 수익금, 기업활동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다. 북한에서 활동중인 우리기업이 북한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주로 외국기업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기업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쟁점이 됐던 내국인 대우는 북측의 입장을 수용, 빼기로 했지만 최혜국 대우만으로도 차별대우는 피할 수 있다는 게 대표단의 설명이다.
북한이 제멋대로 남한의 투자자산을 수용하거나 국유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았다. 수용 때는 법에 따라 내외국인간 차별이 없게 이뤄져야 하고 국제시장 가치로 보상받을 것을 규정,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또 기업인들이 북한에서 번 돈을 자유롭게 송금하도록 보장하는 조항도 넣었다.◇상사분쟁 해결 합의서=남북경협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공동으로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상사중재위원회는 남과 북이 각각위원장 1명과 위원 4명을 선정, 총 10명으로 구성하고 중재판정을 내리는 중재판정부를 두기로 했다.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중재판정부의 구성은 남북이 각각 1명씩 중재인을 선정하고 중재인들의 합의에 의해 의장 중재인을 뽑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중재인들이 의장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양측 중재위원장 합의에 의해 의장 중재인을 선정하고 중재위원장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의뢰, 선정하도록 해 곧바로 국제기구의 중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합의서 효력은 언제부터 발생하나=2차 남북 실무접촉에서 양측 수석대표들은 합의서에 가서명했다·이는 국가간 조약을 체결하는 가장 초보적인 단계로 실질적효과가 발생하려면 몇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우선 양측은 합의서에 대해 외교통상부 장관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서명을 받기전 단계까지는 부분적인 문구 수정이 가능하다.
이후 국회 비준을 거쳐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하면 정식 조약으로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남북한 기업들이 이번에 체결한 합의서에 따라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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