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넘은 응원전-자리다툼.기세싸움

수능시험이 치러진 15일 새벽. 대학 진학을 위한 소리없는 격전장인 대구지역 일부 시험장 앞에서는 전혀 색다른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선배들을 응원 나온 고교 1, 2학년생들끼리 벌이는 자리다툼과 기세 싸움이었다. 한 시험장에 배정되는 수험생은 대개 4, 5개 고교생. 종전에는 수험생들의 입실이 시작되는 오전 6시30분을 전후해 각 고교 후배들의 응원전이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학교간 경쟁심리가 격화되면서 이른바 '명당 자리'를 잡기 위해 나오는 시간이 해가 갈수록 빨라져 올해는 새벽 1시부터 시험장 주변이 시끌벅적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와중에 생기는 부작용도 갈수록 커져 주위 우려를 사고 있다.

진입로가 좁아 한두개 고교가 정문 앞을 차지하고 나면 다른 학교는 큰길까지 밀려나야 하는 ㄱ고 시험장의 경우 새벽 2시쯤 정문 앞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고교생들과 자리를 잡고 있던 고교생들간에 패싸움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도로변에 있는 디고 시험장 앞에서는 새벽 1시부터 자리를 잡은 고교생들 사이에 때아닌 응원경쟁이 벌어져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밤잠을 깨웠다. 한 고교의 응원단이 10여개의 북을 두드리며 기세를 올리자 북이 모자란 다른 고교생들이 PET병에 자갈을 넣어 두들기면서 맞대응을 한 것.

고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험실당 인원이 40명에서 32명으로 줄어 교사들 대부분이 감독으로 들어가는 통에 응원하는 학생들 지도는 사실상 어렵다"며 "미리 주의를 주지만 학생들간의 경쟁심리가 갈수록 더해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을 격려하고픈 심정이나, 다른 학교에 지기 싫은 패기는 이해되지만 내년에는 혹시 불상사나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새벽풍경이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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